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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 함께하는 맛이 이거구나

혼자 했다면 절대 몰랐을 그 맛

by 잼인


나는 지금 친구와 34개의 뉴스레터를 매주 발행해오고 있다. 격주로 번갈아가면서 원고를 쓰고 있는데, 누구 하나 펑크 낸 적 없이 없다는 놀라운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꾸준히 발행할 거라고 생각은 못했는데, 서로의 마감 동료가 되어 계속해오고 있다. 마감 동료가 있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동료가 된 덕분에 혼자 뉴스레터를 발행했다면 몰랐을 것들을 배워오고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정말로

우리는 서로 다른 부캐를 설정해서 각자의 말투와 톤으로 뉴스레터 원고를 써오고 있다. 나의 부캐인 "쿠키"는 감성적인 멘트와 느낌표나 물음표를 많이 쓰고, 동료의 부캐인 "진저"는 상대적으로 이성적이고, 담백한 표현을 많이 쓴다. 사실 처음에는 톤을 일정하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뉴닉도 여러 명의 에디터가 원고를 작성하지만 일정한 톤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나는 당연히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동료가 '서로 다른 톤이라 오히려 재밌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리고 어차피 서로의 캐릭터가 달라서 다른 톤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나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동료의 이야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슬점은 쿠키와 진저라는 두 개의 캐릭터가 구독자에게 보내는 레터이기 때문에 굳이 하나의 톤으로 통일시킬 필요가 없었다. 훨씬 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동료의 의견에 바로 동의했고, 그래서 그 이후로는 각자의 톤으로 작성한 뉴스레터를 내보내고 있다.


사실 원고를 쓰는 우리에게는 톤의 차이가 크게 다가오지만, 구독자 입장에서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동료와 이 이야기를 한 게 정말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동료 덕분에 내가 놓친 걸 알게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콘텐츠 기획할 때는 "그게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내가 그 점을 놓쳤고, 다행히 동료가 그 답을 찾아줬기 때문이다. 동료가 있어 안도감이 들었던 그때를 잊을 수 없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더니, 정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페이스메이커

뉴스레터 발행을 9개월째 같이 해오면서 각자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도 했다. 나는 주로 슬점에 대한 고민을 꺼내거나 새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동료에게 제안할 때, 동료는 날 안심시키며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내가 슬점의 어떤 점이 고민된다고 하면 동료는 우선 경청해준다. 그러고는 '별 거 아니네~' 하는 제스처를 취해주는데, 나를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있든 없든, 걱정하는 게 취미인 나에게는 너무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나는"우리 구독자 중에 오랫동안 메일 오픈을 하지 않고 있는 분들이 있네... 독려 메일을 따로 준비해볼까?" 할 때, 구독자가 오랫동안 메일을 열어보지 않는 걸 속상해하며 이야기한다. 그런데 동료는 보통 "오호, 그렇구나... 그래! 해보자~"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어? 이렇게 쿨하다고?' 하며 내심 당황함과 동시에 '내가 고민하는 이 문제가 그렇게 심각해할 필요는 없는 건가 봐????'라고 생각하면서 걱정이 사그라드는 효과가 있다. 만약에 나 혼자 했다면 내 성격상 그 문제에 대해 더 오랫동안 고민했을 것이다. 끙끙 앓으며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를 꽤나 받는 편이기 때문에 지금만큼 마음 편히, 재밌게 하진 못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동료는 일종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


흡사 날 진정시키는 동료의 모습...



같이 기뻐하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동료와 뉴스레터를 만들어가면서 같이 기뻐한 순간들이 참 많았고, 같이 기뻐할 수 있어서 좋다. 소소하게는 열 번째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서로 축하하기도 하고, 구독자가 100명이 넘었을 때 만나서 케이크를 사 먹으며 기념했다. 구독자 300명이 넘었을 때는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며 둘 다 처음으로 오마카세라는 것도 사 먹어보고, 어디에 우리가 소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둘 다 엄청나게 흥분해서 온갖 이모티콘을 남발하며 오두방정을 떨기도 했다.


동료와 창작의 기쁨을 누리는 건 처음이라 그 순간들의 감정도 새로웠다.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만들어서 해냈다!' 하는 동지애와 성취감의 조합이 정말 좋다. 회사 동료에게 느끼는 동지애나 성취감 하고는 감히 비교조차 안 되는 그런 감정이더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미소를 짓게 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내가 혼자가 아니어서 느낄 수 있는 거겠지. 그리고 이런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나와 동료는 MBTI적으로도 궁합이 좋다. 나는 이상주의자인 INFP, 동료는 성실한 공무원 스타일의 ISTJ라서 상호보완이 잘 된다고 한다. 딱이다, 딱! 그러니까 우리가 친구로서도, 동료로서도 오래갔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같이 새로운 경험을 하며, 같이 고민하고, 같이 기뻐하고 싶다.


+ 발행하고 있는 뉴스레터 <슬점>의 링크입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점심메뉴와 동료와 가볍게 대화하기 좋은 대화 주제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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