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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인 Feb 06. 2022

노란색 숏비니를 산 이유

이직 결정을 하고 난 후, 그동안 살까 말까 고민하던 노란색 숏비니를 주문했다. 내 주변 멋진 사람들은 다 숏비니를 하고 있었고, 나도 따라서 멋쟁이가 되고 싶어서 탐내 왔다. 탐이 나면 그냥 사면될 것을, 그게 뭐라고 그렇게도 겁을 냈다. 모자 상세 페이지를 보면서 ‘저런 건 나하고 안 어울리지 않을까?’ 하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눌렀고, 괜히 집에 있는 털모자를 써보았다. 두툼하고 투박한 갈색 모자가 더 촌스럽게 보였다. 


내가 오랫동안 탐내던 아이템, 그중에서도 원래의 나라면 잘 쓰지 않았을 것 같은 아이템을 쓰면 사람이 어딘가 좀 달라지는 것 같다. 투명 뿔테 안경, 직사각형 모양의 금테 안경, 노란색 컨버스, 금테 선글라스…를 하나씩 하나씩 사 모으면서 ‘달라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고, 실제로 달라지는 감각을 느끼기도 했다. 회사에서는 무난한 안경을 끼고 일하다가도 집에 와서 글을 뉴스레터를 만들거나 글을 쓸 때는 멋쟁이 안경을 썼으니까.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를 배경음악으로 깔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어도 아주 작게 달라진 모습이 꽤나 맘에 들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직과 숏비니가 무슨 상관이 냐마는, 나름의 상관관계가 있다.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내심 이 직종을 떠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몇 번 시도는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기 일쑤였다. 마찬가지로 숏 비니를 종류별로 찾아보고, 장바구니에 몇 개를 담아두었지만 안 어울릴 거라는 걱정에 결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근데 이번에는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여서 이직에 성공했으니, 이 상황을 기념할 만한 상징적인 아이템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장바구니에서 오랫동안 묵혀있던 색 숏비니였다.


그런 이유로 산 노란색 숏비니는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비록 엄마는 나를 주꾸미라고 부르고, 언니는 왜 귤껍질을 쓰고 다니냐고 했지만 나는 만족한다. 다음은 또 어떻게 달라지고 싶을지, 또 어떤 멋쟁이 아이템에 꽂힐지 모르겠다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 나쁘지 않다. 생각보다는 괜찮다. 부디 곧 하게 될 새로운 일도 생각보다는 잘 어울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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