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 Aug 28. 2023

모두 그 첫 번째 일에서 시작되었어

To 2013 From 2023 [Part2]

사회로 나가는 문턱에서 6개월 내내 거절만 당하던 네게 이윽고 찾아온 기회는 지금의 나 역시도 운명적이란 생각이 들어. 너는 어렵게 얻은 기회이니만큼 매일 성실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 그런데 말이야. 얄궂게도 너는 앞으로 네가 계획하고 목표로 한 것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 단 하나도. 네게 중요한 전환점들은 모두 기막힌 우연에서 비롯된단다. 어떻게 설명해 줘야 납득할지 모르겠구나. 인생이 원래 그렇다는 걸 겪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나쁜 것만은 아니야. 너는 네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세상을 알게 되고, 그것은 마치 너를 위해 준비된 일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느껴질 테니까. 


영화계의 중심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는 벅참과, 생활비를 스스로 감당하게 된 것, 5천만 원에 육박한 학자금 빚을 갚아 나갈 생각만 해도 행복했지. 그런데 그 설렜던 첫 번째 일은 말이야. 앞으로의 너를 멀리 날게 하는 토대일 뿐만 아니라, 너의 진정한 직업을 찾는 희망의 씨앗을 심는 계기가 되었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곳에서 배운 것들, 그곳에서 경험한 것들, 그곳에서 알게 된 너 자신에 대한 것들 모두 향후 10년 동안 몸에,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을 거야. 그러니까 마음껏 누렸으면 해. 보잘것없다고 생각한 너의 사소한 하루가 10년 후 나의 하루로 이어지게 되고, 우리는 그 거대한 시간의 서사 속에 있게 된단다.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낄 거야. 괜찮아. 일단 알게 되었다면 변할 수 있다는 거니까. 첫 직장 출근을 앞둔 너의 그 비장한 각오가 있었기에, 네가 많이 괴로워하고 노력했기에 오늘의 나는 스스로가 부족하고 못났다고 생각하더라도, 일이 풀리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돼. 감사하고, 겸손해지게 돼. 


사회로 나온 진정한 너의 시간은 흐르기 시작했어. 이제 네가 할 일은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는 거야. 힘내. 너는 잘 해낼 수 있어. 


'또 다른 시작이 거대한 결말이 되어, 또 다른 거대한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부디 이 시작이 빛나는 미래의 복선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복선 끝에 서 있는 너의 빛나는 미래가 보낸다. 



커버 사진

왕가위 <중경삼림>

이전 15화 이른 장마와 찾아온 첫 번째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