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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Feb 18. 2016

<7인의 집행관>으로 보여준 동양적 세계관

김보영 작가의 <7인의 집행관>은 너무나 몽환적이다



논란이 많던 김보영 작가의  <7인의 집행관>을 읽다

나에게 책은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으로 나뉘는데 이 책은 재미없다. 하지만 김보영 작가의 SF적인 모습이 아닌 환상문학의 장편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은 한번 읽어봐도 좋다. 하지만 아래의 간단한 줄거리와 스포일러를 숙지하고 그림을 그려가며 책을 읽기를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200페이지 넘어서 길을 읽고 400페이지 넘어선 책을 던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500페이지 넘어서까지 읽다가 마무리짓기를 포기할 것이다.


영화나 책에서 스포일러는 나쁘지만 가끔 필요할 때도 있다

미리 알게 된 스포일러는 긴장감을 뺀다. 하지만, 너무 난해한 영화나 책에 스포일러는 음식의 소금과 같다. 그 소금 없이는 음식을 먹기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말이다.



줄거리다

부도국 왕자 흑영은 주군인 자신의 형 선우를 시해한다. 이로 인해 각 집행관들에 의해 여섯 개의 다른 세계에서 여섯 번의 사형을 구형받는다. 하지만 진실은 희미하고 각자의 기억이 뒤엉키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스포일러다
1. 수경은 죽은 선우다. 즉, 흑영의 친동생이며 왕이었던 자의 그림자다.
2. 흑영은 선우의 의붓동생이 아니라 친형이다.
3. 흑영의 말은 사실이다. 그는 '귀신'과 내기를 하며 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4. 흑영의 친어머니가 죽은 것은 사실 흑영 때문이 아니라 사실 아버지 때문이다.
5. 흑영은 사실 미쳤던 게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지키려 했다.


김보영 작가에 대해

사실 난 김보영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을 좋아한다. 특히 <종의 기원>은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다. 하지만 <7인의 집행관>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이 작품은 김보영의 대표작인 <종의 기원>에서 보여준 번뜩임과는 거리가 멀다. 몽환적인 느낌이지만 손으로 잡으려 하면  스윽하고 빠져나가는 연기, 그래서 더욱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책이었다.


기억나는 문장 하나

내가 나라면,
기억을 잃고도 지식과 지력을 잃고도,
사고능력과 판단능력과 신체능력과 경험을 포함해서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을 잃고도,
누구의 기억을 갖고 누구의 인격을 갖든,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인생을 살든
내가 내 근원에서 나온 나 자신이라면,
내게서 무엇을 없애든 '나'를 없애지 못한다면,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나를 유지한다면,

인상적이었다. 인상적인 이 문장은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인상적이었기에 그래서 너무 진부한 문장이기도 했다. 읽는 내내 저 문장이 떠올랐다는 의미는 책에 집중이 안되고 계속 이 책이 무엇일까?라는 상상에 빠져버렸다는 말과 동치다. 동양적인 세계관인 윤회의 모습을 차용해 글을 이어가지만 문장이 겉돌면서 내용에 혼란이 생겼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보이지 않고 단편 단편만 보이는 작품은 독자들에게 불안감을 선물한다. 그 불안감은 지속적인 책 읽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다. 김보영 작가는 <7인의 집행관>을 통해 동양적인 윤회 개념을 소개하려 했으나 작가도 글을 쓰면서 글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랐던 것이 아닐까?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보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라 그의 장편에서 호흡이 흐트러지는 것을 보는 것이 가슴 아팠다. 가슴이 아려온다.  <7인의 집행관>에 대해 많은 기대를 했기에 더욱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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