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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Mar 02. 2016

혁신가들은 위험을 감수할까?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를 읽으며 편견에 대해 생각한다




책 소개가 너무 매혹적이라 집어 든 책이다. 물론 페이스북에서 다른 이의 추천 내용도 보고 나서 읽을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한 번 정도 읽을만한 책이지만, 두 번은 읽지 않아도 된다. 굳이 책을 구매해서 책장에 꽂을 필요도 없으며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려 한나절 어떠한 내용인가 설렁설렁 흘러내리듯 읽으면 된다. 읽다가 마음에 남는 문장들은 필사하면서 말이다. 나에겐 3-4시간만 들여서 맘에 남는 문장만 남기고 나머지는 잊어버려도 되는 그 정도의 책이었다.



이 책에 대해 소소한 반론


다들 칭찬 일색이기에 나 하나쯤 책 일부분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이 책을 흠조차 내지 못한다. 그래서 맘 놓고 소소한 반론을 펼쳐본다. 애덤 그랜트가 놓친 부분은 인물의 한 면 만을 부각하였다는 점이다. 어떤 인물이 우유부단하다고 말하고 싶어 한쪽 면만을 부각하였을지도 모른다. 책에서는 아래 언급된 두명의 인물 역시 두려움과 우유부단함과 회의에 시달린다고 표현한다. 그들 역시 다른 사람이 부추겨서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다른 사람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한, 그들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험을 회피하고 싶어 한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역사적 인물들을 중립적이지 않는 모습으로 묘사하는 것은 많이 거슬렸다. 그들이 살던 그 시대에는 무신론자라는 딱지가 '성소수자' '흑인' '여성'보다  더욱더 큰 굴레였다. 그런 굴레를 당당히 받아들인 사람들이 토머스 제퍼슨과 존 애덤스였다. 존 애덤스는 무신론자들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그런 시대에서 조심스럽게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펼쳤다. 토머스 재퍼슨 역시 기독교가 당연한 시대에 당당히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인슈타인에 대해 2개의 논문을 제외하고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언급하는 부분에선 조금 당황스러웠다. 저자는 어쩌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쪽면만을 부각시켰는지도 모른다.


오리지널스에서 인용한 존 애덤스 : '전쟁이 발발하기 전 수년 동안 존 애덤스는 영국이 보복할까 봐 두려워했고, 막 개업한 변호사 일을 포기하기를 주저했다. 그는 1차 대륙회의에 참석할 대표로 선출된 후에야 독립선언문 작성에 가담하게 되었다.

만들어진 신에서 인용된 존 애덤스 : 존 애덤스가 살던 당시만 하더라도 그 시기는 기독교의 시기였다. 그 시기에 무신론자라고 매도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생명은 끝나는 것이었다. 만들어진 신에서 존 애덤스는 '기독교는 여태껏 인간이  갈고닦은 가장 비뚤어진 체제다' '가능한 모든 세계들 중에서 최상의 것은 종교가 없는 세계일 것이다.' '나는 인류 역사에 기록된, 슬픔을 악용한 사례들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을 언급할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바로 그리스도의 수난이지요. 그 슬픔의 엔진이 낳은 재앙들을 생각해보십시오.'


오리지널스에서 인용한 토머스 제퍼슨 : 미국은 개성과 독특한 자기표현을 존중하는 나라임에도, 강한 성취욕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대부분 튀는 행동을 하기보다는 시류에 영합하는 쪽을 택한다. 토마스 제퍼슨도 '스타일이 문제라면 유행을 따르라. 그러나 원칙의 문제라면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말라'라고 조언했다고 전해진다.

만들어진 신에서 인용된 토머스 재퍼슨 : '기독교의 신은 잔인하고 복수심이 많고 변덕스럽고 불공평한, 끔찍한 성격을 지닌 존재다' '다양한 종파의 성직자들은...... 과학의 발전을 한낮에 등장한 마녀처럼 두려워하며, 그들이 일종의 사기로 먹고산다고 선언하는, 그 치명적인 전령을 노려본다.' '나약한 마음을 노예처럼 위축시키는, 맹목적인 편견에 대한 모든 두려움을 떨쳐내거라. 이성을 제자리에 앉혀놓고 모든 사실, 모든 견해가 그녀의 재판을 거치도록 하라. 신의 존재 여부까지도 대담하게 묻고, 신이 존재한다면, 맹목적인 두려움보다 이성에 경의를 표하는 쪽을 더 용인할 테니.'


오리지널스에서 인용한 아인슈타인 : 물리학에 일대 변혁을 일으킨 일반상대성이론과 특수 상대성이론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지만, 그가 펴낸 248편의 논문들 대부분은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가 나왔던 1905년을 살펴보자. 이 것이 바로 특수 상대성이론 논문이다. 이 논문이 발표된 해에 총 5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빛의 발생과 변화에 관련된 발견에 도움이 되는 견해에 대하여> <분자 차원의 새로운 결정> <정지 액체 속에 떠 있는 작은 입자들의 운동에 대하여><물체의 관성은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다.  <빛의 발생과 변화에 관련된 발견에 도움이 되는 견해에 대하여>는 일명 광양자 가설로 광전효과를 설명한 논문인데  <정지 액체 속에 떠 있는 작은 입자들의 운동에 대하여>인 브라운 운동을 설명한 이 논문의 업적과 합쳐서 1921년 노벨상을 받게 된다. 이 논문들이 물리학 연보 제17권에 실렸는데 이것의 가치를 보여주는 아주 적절한 문장이 하나 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보른이 "모든 과학 문헌들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물리학 연보 제17권>을 택한다라고 언급했다.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논문들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그의 논문들이 실린 책자가 다른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언급하는 최고의 문헌으로 손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오리지널스>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들

'독창성이란, 특정한 분야 내에서 비교적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발전시키는 능력, 또는 그런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말한다. 독창성은 창의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창의성은 참신하고 유용한 개념을 생각해내는 일이다. 하지만 거기에 그쳐서는 독창성을 달성할 수 없다. 독창적인 사람들은 주도적으로 자신이 지닌 비전을 실현시킨다.'

'독창성의 가장 큰 특징은 현상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결심이다.'

'늘 봐온 익숙한 것이지만, 그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기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함을 뜻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불만스러운 현재 상태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경우, 대부분의 그런 현재 상태에는 사회적 근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성취 욕구가 하늘을 찌르면 독창성은 밀려난다. 성취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수록 실패를 두려워하게 된다. 성공하겠다는 욕구가 강하면, 나만의 독특한 무엇을 달성하기보다는 성공이 보장된 길을 택하고 싶어 진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 지역사회, 나라는 없다. 제대로 된 참신한 아이디어를 식별해내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부족한 것이 문제이다.'

'언론을 제약하는 법이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면 그런 법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언론의 자유를 포기하겠다고 답한 사람의 수는 최저소득 계층이 최고소득 계층의 두 배로 나타났다. 사회적 취약 계층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계층보다 현상 유지를 더 지지한다는 결과를 얻은 조스트와 그의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주어진 여건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그 여건에 의문을 제거하고 도전장을 내밀고 바꾸려고 할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모순된 결과를 얻었다.'

'조사 결과 교사들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들은 자기 스스로 규정을 만드는 이른바 비순응자들이었다. 교사들은 아주 창의적인 학생들을 차별하고 그들을  말썽꾸러기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아이들은 대부분 체제에 순응하는 법을 터득하고 독창적인 생각을 속으로만 간직하게 된다. 작가 윌러엄 데레저위츠의 말을 빌리자면, 그런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순한 양이 된다.'


와튼 스쿨의 조직심리학자인 애덤 그랜트는 기대만큼 아쉬웠다

독창성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세상을 변화시킨 리더들이 어떠한 사고를 펼쳤으며 독창적으로 일을 행해왔는지를 보여주었다. 구태의연함을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독창성을 펼치는 이를 오리지널스라고 명명한 것이다. 혁신가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안정적인 모델을 추구한다고 언급한다. 창업을 할 때 직장을 그만두는 것보다 자신의 기반 위에서 창업을 할 때 더욱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자신의 논거를 펼치기 위해 약간은 편향적인 시각으로 인물을 바라보면서 책에 대한 소소한 비판을 받게 한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은 이것이다. 혁신가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더욱 그 독창성이 발하며, 직관은 자신이 경험을 쌓은 분야에서만 빛난다. 단점을 반복해서 노출시키고 때로는 선두로 치고 나가지 말고 미루면서 위험을 회피하며 위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라는 것이다. 새로운 시각이지만 '쓱' 한번 읽고 지나가면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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