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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Apr 06. 2016

벚꽃 아래서, 수학 에세이

가볍게 읽는 수학과 우주, 사쿠라이 스스무의 <수학으로 우주 제패>



벚꽃 아래서 읽어본 책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따스한 햇살 받으며, 벚꽃비를 맞이하며 읽을만한 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러한 날, 떠오르는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더글라스 케네디 그리고 기욤 뮈소 정도가 있다. 짜릿한 소설들이 좋지만, 가볍게 읽을만한 수학과 우주 관련 에세이도 나쁘지만은 않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인 <라플라스의 마녀>도 읽어버렸고, 더글라스 케네디와 기욤 뮈소의 신작도 모두 읽은 상황. 그들의 신작이 나오지 않는 한 예전 작품들을 다시 읽는 방안밖에는 없다. 그런 현실로 인해 가볍게 선택한 책이 바로 <수학으로 우주 제패>다.




우주의 모습

책은 호모 사피엔스와 우주와의 관계를 아래와 같이 언급한다. 그러면서 무한을 유한으로 파악해야 우주 제패가 가능하다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꺼냈다. 저자는 우주를 파악하는 도구로 수학을 사용하는 것이다.

바빌로니아 칼데아인 : 천체 관측을 통해 12개의 별자리 만듦
프톨레마이오스 : 천동설 주장
코페르니쿠스 : 지동설 발표
갈릴레오 : 망원경으로 천체 관측한 이후 지동설 주장
케플러 : 망원경으로 천체 관측한 자료를 토대로 지동설 주장(사실, 티코 브라헤의 자료 덕택)
뉴턴 : 만유인력 발표
에드먼드 헬리 : 헬리 혜성의 출현 예측
아인슈타인 : 특수, 일반 상대성이론 발표
현대 :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 NASA 설립, 아폴로 11호 인류 역사 상 최초로 달 착륙

수학과 물리학이 우주 제패를 위한 수레바퀴이기에 우주물리학과 천체물리학만으로는 우주 파악에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주를 이해하는데 수학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말한다. 책의 이야기는 '삼각형이 도형의 세계에서 소수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며 피타고라스와 삼각함수로 전개된다. 원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sin과 cos를 펼쳐 보여주는데 그 전개가 매우 매끄럽다. 사실, 중고등 교과과정에서 학생들은 왜 sin, cos를 배워야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기에 이런 설명은 매우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쉽사리 듣지 못하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타원보다 원, 원보다는 삼각형과 사각형에 익숙하다. 타원, 원, 삼각형 등의 도형보다는 직선에 더욱 친근함을 느낀다. 하지만, 자연은 직선보다는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rotation'보다는 'vortex'이며, 직선운동을 이해하기보다 sin과 cos를 이해하는 것이 자연을 이해하는 기본적 소양을 확보하는 길이다.



휘어진 세상, 곡률이 만들어 낸 우주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우리는 우주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된다. 휘어진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며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해 수학 역사상 뛰어난 천재들이 참여하게 된다. 가우스와 야노스 보여이의 '평행선의 공준' 이야기 이후 과학에서는 '휘어진 세상에 대한 곡률'을 더욱더 현실에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가우스의 곡률 계산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과 결부되기에 이르렀다. 중력이 발생하는 원리는 뉴턴 이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중력의 원리를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뉴턴의 업적은 우주의 모든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 즉 '만유인력'의 하나로 중력(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크기를 계산하는 공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요하네스 케플러와 티코 브라헤, 뉴턴, 그리고 아인슈타인까지 이어지는 공간에 대한 통찰은 흥미롭다. 결론적으로 공간의 일그러짐으로 중력이 발생하게 되는 이 과정을 통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미지의 세계로 한 걸음씩을 내딛는다. 만유인력(중력)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 아인슈타인의 통찰은 결국 휘어진 세상을 결과론적으로 보여준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 'G(공간의 휘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곡률)=T(물체가 만들어 내는 에너지_운동량, 텐서)'를 의미하게 된다.

즉, 물체가 공간의 곡률을 만들고 그 곡률을 따라 그 물체들이 움직인다는 마법 같은 이야기. 어찌 보면, 이 사건은 우주를 바라보는 시선을 변화시킨 그런 사건이었다.



리만 기하학과 우주를 이루는 최소 단위들

간단히 말해, n차원 다양체는 (n+1) 차원에서 형태가 된다는 리만 기하학. 우주의 형태를 찾기 위해서 사용되는 이 기하학은 '푸앵카레 추측'과 이 난제를 풀어낸 그리고리 페렐만. 이후 초끈이론과 소립자의 세계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소립자는 보존과 페르미온 입자로 나뉘며 보존 입자는 쿼크와 랩톤으로 다시 나뉜 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우주에 존재하는 4가지 힘을 언급하며 이런 힘들의 통합을 수학과 이론 물리를 통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보여준다.

리만은 19세기 인물이었으나, 그의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시기는 20세기 이후였다. 리만이 정리한 기하학 체계를 '리만 기하학'이라고 부르는데, 리만 기하학 없이는 거시 세계인 우주는 물론 미시 세계인 소립자조차 파악하지 못할 만큼 중요하다.
즉 우주나 세계의 모습이 어떤지 알고자 할 때 가장 보편적이고 범용적인 사고 틀이 리만 기하학이다. 리만 기하학이 없다면 물리법칙을 수식으로 표현할 수도 없었다.



수학 에세이가 아니지만 에세이처럼 느껴졌다

'우주 탐구는 무한을 탐구하는 일'이라고 사쿠라이 스스무는 말하고 있다. 또한, '유한은 무한이라는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이라는 말로 수학을 통해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무한한 수를 펼쳐 보이면서도 수 각각이 보여주는 아리따움을 설파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사쿠라이 스스무. pi(파이)와 e(자연로그의 밑)을 통해 초월수와 1의 오묘함을 설명한다. 소수를 찾기도 하며 소수의 분포를 설명한 리만 가설과 오일러의 곱셉, 제타 함수를 펼쳐 보인다. 결국 '수학은 무한과 싸워 온 역사'라는 멋진 말을 남긴 저자는 피타고라스의 만물은 근원의 수라는 명언과 함께 오일러의 공식으로 마무리한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며 꽃비를 내려주는 날, 그런 꽃잎 하나하나가 떨어지는 분포와 살랑거리는 잎들을 바라보며 이 책을 읽었다. <수학으로 우주 제패>는 에세이 책은 아니다. 에세이는 아니지만 읽는 내내 저자의 속삼임이 들려 에세이처럼 가볍게 넘어갔다. 경험의 공유가 일상생활만을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학과 우주에 대해서도 당연히 그 경험은 공유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당연히 에세이로 보인다.

비록, 이 책을 통해 우주 정복은 못할지라도 고대로부터 우주를 바라본 시선, 그런 우주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 수학자들과 과학자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어차피 가보지 못할 우주라면 수학이라는 도구를 통해서라도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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