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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Apr 15. 2016

왜 나는 계속 탐험하는가

다카노 히데유키라는 멋진 탐험가의 이야기




모험과 탐험, 당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

모험, 그리고 탐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30대 후반의 나 같은 아저씨들이라면 딱 떠오르는 흥얼거림이 있다. 인디아나 존스의 그 유명한 노래 'Raiders March'가 저절로 입에서 나오게 된다. 이러한 느낌과 함께 모험과 탐험이라는 것은 일상적 여행보다 조금 더 힘든 여행이라는 느낌 정도가 있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에게 모험과 탐험은 이미 정형화된 틀에 갇혀버린 그런 것이 되었다. 야생의 날것이 아니라 이미 길들여진 그런 야수들의 느낌이다.

하지만, 다카노 히데유키는 달랐다. 그는 진정한 탐험을 즐기며 그 탐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탐험이 일상이 될 때 그는 새로운 모습들을 바라볼 수 있다고 우리에게 전한다. 한번 그의 이야기를 들으러 탐험을 떠나 보자.



다카노 히데유키를 만나다

<두산 인문 극장 2016 : 모험>이라는 타이틀로 총 10회의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강연, 다카노 히데유키의 탐험 이야기다.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강연은 나를 무척 설레게 했다. 5년 전 다카노 히데유키를 알게 된 이후 이 익살 가득한 탐험가이면서 저술가인 꼭 한번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제일 앞자리에 자리 잡고 강연을 경청했다. 1시간 넘는 시간을 남자 얼굴만 쳐다보고 있으려니 좀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다카노 히데유키 바로 옆에 통역을 해주시는 여성분 덕분에 더욱 강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카노 히데유키의 탐험

그는 스스로를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서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하며 그 일상들을 유쾌하게 쓰고 싶다.'라고 밝힌 탐험가이면서 저술가다. 와세다 대학 시절 전설의 괴수인 무벰베를 찾아 나선 영상을 설명하는 그를 바라보며 저 사람 참 멋지네 라는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은 시절,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콩고를 찾아가서 그것도 사람의 발길이 쉽사리 닫지 못한 호수에서의 한 달을 보낸 그. 그러한 다카노 히데유키가 풀어낸 3미터가 넘는 뱀과 침팬지와 고릴라의 이야기는 그가 왜 멋진 탐험가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수수께끼와 미지의 그 무엇을 사랑하는 그를 보며, 삼십 년간 그런 삶을 살아가는 그를 보며, 난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탐험은 멋지지 않다. 다만 탐험이 일상으로 녹아들었을 때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다.

탐험을 중독이라고 언급한 그는 탐험은 생각만큼 멋진 일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문명의 이기가 완전히 끊어진 콩고의 어느 호숫가에서의 한 달이라는 시간과 소말리아에서 당한 차량 피습 사건은 그의 말이 진심임을 알게 해준다. 소말리아 피습으로 인해 엄청난 총알을 받아낸 차량 영상을 보며 그가 단순히 쉬운 길을 가는 사람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얀마에서의 삶을 이야기해 주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약의 원료인 양귀비를 생산하는 곳을 찾아간 이야기다. 세상은 그곳을 마약의 공급지, 악의 중심부라고 지칭한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좀 달랐다. 악의 중심부라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악인일까? 과연 어떤 악인들이 정말 살고 있는 것일까? 이런 것을 궁금해하고 그 '악인'들의 실제 모습을 경험하기 위해 그는 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 사진 한 장을 띄우면서 그는 악인들로 살아가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고 회상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일상은 양귀비 옆에 난 잡초들을 일일이 제거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난의 행군이었다고 말했다. 악인은 농부이고 그들의 일상은 잡초를 제거하고 양귀비를 제대로 키우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그들 이외의 세상과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그들에게는 그 어떤 관심사나 이야기의 대상이 아니었다. 학교도 병원도 없기에 아프면 아편을 약으로 먹는 그곳 사람들. 그들에게 양귀비는 마약이 아니라 단순한 삶의 방편이었다. 그들에게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농사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Raiders March가 울려 퍼지면

이 글을 적으면서 Raiders March를 틀어놓았다. 지금 현재에 서 있는 나에게 유일하게 모험이라는 단어와 연결되는 지점, 바로 그곳이 Raiders March였기 때문이다. 언제 호기심을 잃어버렸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나에게 다카노 히데유키가 던지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일상을 벗어나 쉽사리 탐험을 떠나지 못한다면 일상을 탐험하는 일상 탐험가가 되라는 것일까? 그는 모험과 탐험이 젊은 수컷의 본능적인 행위라고 말하였는데 어쩌면 자신 안에 가둬둔 호기심을 다시 펼쳐 내 보이는 것이야말로 탐험의 시작일 것이다. 주어진 일상을 살아가며 일상을 좀 더 호기심 있게 살펴봐야겠다. 일상 탐험가로서의 한 발을 내디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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