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uth Point Sep 07. 2015

지옥은 신의 부재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수록된 단편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두 번 구매했다. 빌려준 책이 5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빌려갔는지조차 잊어버린 그때. 집 나간 강아지도 5년이 지나면 찾을 수 없듯 책 역시 마찬가지라고 체념했다. 2015년 초 나는 눈물을 머금고 다시 이 단편이 수록된 테드 창 걸작선 <당신 인생의 이야기> 구매하게 된다.


'지옥은 신의 부재 Hell is the Absence of God'라는 단편은 길지 않은 편이라 몇 번을 읽어보았다. 나와 신은 가깝지는 않은 존재이기에 이러한 존재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모습을 적은 단편이다.


이 소설은 믿어야 보인다라는 종교와 보여야 믿는다라는 과학의 이분법을 벗어나서 새로운 시각으로 신을 바라보게 한다.

신에 대한 사랑은 한 방향으로 성립 가능한가? 아니면 쌍방향이어야 성립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테드 창은 이 과학소설에서 던지고 있다. 천사가 자주 강림하는 세상을 보여주면서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신을 섬기느냐 아니 절대적으로 사랑하느냐라고 묻고 있다. 천사가 자주 출몰하고 신의 영험도 보여주며 시현을 통해 직접 천국과 지옥도 보여준다. 당연히 신이 존재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이 사회에서 그들은 신을 섬기고 사랑하지 못하는 것일까?



오해에 입각해서 신을 사랑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신을 사랑하고 싶거든, 신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그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은 의롭지 않고, 친절하지도 않으며, 자비롭지도 않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심을 갖추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테드 창의 <지옥은 신의 부재>


이 소설에서는 '신'은 선과 악이라는 개념을 넘어 선 존재이며, 당연히 자비롭지도 않다.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는 것, 즉 신은 어쩌면 우리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신앙심은 시작된다고 소설은 적고 있다. 어찌 보면 무시무시한 이야기이다. 신의 의식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들은 신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알고 있지만, 이것 역시 개의치 말아야 한다. 신에 대한 사랑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의 한순간의 관심이라는 조그마한 기적도 포함해서 말이다.



테드 창의 과학소설은  <바빌론의 탑>이나 <이해> 그리고 <네 인생의 이야기>가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지옥은 신의 부재>는 크게 알려져 있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테드 창의 대부분의 과학소설 중에서 <이해>가 가장 마음에 들고,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전율을 느꼈다. 오히려 사람들이 많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 <바빌론의 탑>에서는 오히려 고개가 갸우뚱거린다. 좀 더 극적인 반전을 기대했기 때문이리라. 하늘의 끝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라는 의문으로 <바빌론의 탑>을 보기 시작하여 나의 기준에서는 좀 허무한 결론이었다. 하나 흥미로운 점은 바빌론의 탑을 쌓는 과정에서 높이가 높아질수록 그 탑 중간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대한 묘사가 바빌론의 탑 건설과정을 지켜본 자 처럼 자세했다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신이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신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데도 신을 계속 믿을 수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어떠할까. 단편은 이 가정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신이 설령 너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너는 신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겠냐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