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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Sep 23. 2015

돌들로 선 만들기

꿈이 사라진 목표만 있는 도시, 서울


하루에 하나씩 조그만 돌 하나를 놓는다. 지나서보면 그 돌이 예쁜 그림으로 변화되어 있길 바란다. 가끔 그림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의미 없는 낙서가 되곤 한다. 한때 열심히 노력해서 하나하나 쌓은 돌들을 뒤돌아볼 때 가슴이 벅차오른다. 텅 빈 집으로 향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최근 일교차가 심하다. 새벽에 자다 깨서 거실에 멍하니 누웠다. 정말 멍하니 누워 오른쪽으로 한번 왼쪽으로 한번 굴렀다. 그리고 기지개를 폈다가 책장으로 다가가 읽지 못한 책들을 하나씩 펼쳐본다. 읽지 않고 둔 책들은 쌓여만 가고 우연히 손에 들어온 책들 중에 맘을 어루만지는 글들이 다가온다. 


새벽이라고 부르기에 좀 이른 시각,
 3시 50분 



나의 온몸을 휘감는 한마디가 나의 왼쪽 머리를 퉁 친다. 나만의 비기가 있는가? 튼튼한 울타리를 벗어나 시장에서 통할만한 그 무엇인가가 있을까? 최근만의 생각은 아니다. 3-4년 전부터 나를 괴롭히던 고질병이었다. 나만의 비기가 있는가라는 주제는 말이다. 결론은 하나, 비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 어깻짓누름이 일 년에 몇 번씩 나를 한밤중에 몽유병에 걸린 사람처럼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등 한쪽에 서늘한 기운이 지나간다.




꿈이 사라진 목표만 있는 도시



이러한 생각들이 날 괴롭힐 때마다 난 그러한 도시에서 잠시 유리되고 싶었다. 경상도 출신인 나는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고향을 떠나 본 적이 없다. 짧은 여행을 제외하고는 다른 도시를 가 본 적이 없는 나. 서울로 대학을 온 이후 고향에서 지낸 18년이라는 시간 보다 많은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게 된다. 30대 직장인인 나는 일상을 서울과 함께 호흡하며 살고 있다. 회사 앞 광화문을 지나며 항상 무심한 발걸음을 옮기고 아주 가끔 점심 산책으로 경희궁을 들린다. 늦은 야근을 마친 후 정동을 지나 덕수궁 돌담길을 터벅터벅 지나치기도 한다. 어느 주말, 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의 능선을 잇는 서울성곽을 걸어보지만 무심히 성곽을 바라보기만 한다. 일상을 서울이라는 도시와 함께하지만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사는 직장인, 나만의 모습이 아닌 서울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해답도 없다. 결론은 항상 똑같다. 하루하루 다시 돌들을 쌓는 것뿐이다.




돌들을 다시 쌓는다. 서늘한 기운이 나를 새벽녘 거실로 불러낼 때까지 나는 나만의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돌 쌓기 이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말고 또 다른 행위와 의미를 찾아낸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 서울이라는 도시에 내 발들로 조금씩 더 의미를 덧붙이는 것이다. 이제는 내가 일상을 소비하는 서울에 조금은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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