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패러독스>와 SF에 대하여
중학교 1학년 시절 '곧 SF와 과학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아니 기대했다.
그 시절 나는 아이작 아이모프를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작가로서 아이작 아시모프를 존경하고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나를 만들어준 한 축이기 때문이다. <로봇 시리즈>와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그 당시에도 문화적 충격이었고 지금도 그 충격의 여파가 마음속에 남아있다. 아이작 아이모프의 단편선과 장편을 섭렵하고 그 후 나는 아서 클라크 그리고 로버트 하인라인에 빠져들었다. 아서 클라크는 최근 화제가 된 <인터스텔라>와도 연관이 된다. 인터스텔라의 몇몇 장면이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연결된다. 또한 아서 클라크의 SF를 살펴보면 지금의 구글이나 이메일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미 SF는 현실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의 SF의 관심은 로버트 하인라인으로 이어졌다. 20년도 훨씬 전에 지금의 <타임 패러독스>의 원본에 해당되는 단편을 읽었다. <당신들 모두 좀비들(All You Zombies)>였다. 이 단편은 충격이었고 이 SF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나는 평행우주론까지 공부해야 했다. <데미안>처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SF는 하나둘씩 쌓여갔고 로버트 하인라인의 단편 <당신들 모두 좀비들> 역시 그중의 하나가 되었다. 어린 시절 번역이 완벽하지 못해 이해가 어려울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대학생이 되면 다시 읽어보리라 다짐했다. 그 단편을 이제야 다시 읽었다. '타임 패러독스'를 본 후 영화와 원작의 차이점을 살펴보기 위해 말이다.
큰 차이점은 2가지다. 타임머신을 운영하는 중요한 책임자인 로버트슨이 영화에서는 창조되었다. 워낙 원작이 짧은 단편이었기 때문에 영화화하기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그리고 단편에서 보여주지 못한 시간여행을 좀 더 체계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기 위한 설정으로 마치 로버트 하인라인이 이 단편을 좀 더 길게 소설화하였다면 반드시 포함시켰을 인물이다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인 피즐바머 스토리다. 이 피즐바머가 영화 속에 포함됨으로써 이 영화는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게 된다.
잘 만들어진 영화다. 시간여행을 가지고 만들어진 영화 중에서 구조적으로는 <12 몽키즈>를 감성적으로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뛰어 넘는다. 정말 잘 만들어진 시간여행 영화라고 자부한다.
<당신들 모두 좀비들>에서는 제인-존-템포럴이 하나의 인물이 되지만 '타임 패러독스'에서는 제인-존-템포럴-비즐바머가 하나의 인물이 된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언급들을 통해 이를 살펴보면 스스로 복제가 가능하고 자기 내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그리고 조상이 없어도 자가 복제가 가능한 존재방식이 제인(존, 템포럴, 비즐바머)인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시간여행을 통해 범죄 예방을 한다. 나는 이 영화를 시간여행의 극한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 이유는 이 영화를 3번 정도 차분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시간당국이라는 것을 형상화하고 로버트슨이라는 매력적 인물을 만들어낸 감독인 스피어리그 형제는 마치 로버트 하인라인이 살아 돌아와서 영화를 만든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영화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계속 머리 속을 맴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그리고 존은 수탉이라고 언급한다. 암탉과 달걀 중 무엇이 먼저냐의 문제는 어쩌면 수탉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영화를 찬찬히 살펴보면 이 수탉은 로버트슨일 수도 있고 제인(존, 템포럴, 비즐바머) 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에서 궁금한 부분은 주인공이 가지고 다니는 타임머신 장비이다. 딱 보기에도 바이올린 케이스다. 물론 원작에는 어떠한 타임머신 장비를 사용하는지 나오지 않는다. 영화에서 감독이 만들어낸 것인데 왜 하필 바이올린 케이스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영화를 2번째 보았을 때 망상을 해보았다. 아기공룡 둘리에서 도우너의 바이올린이 그 망상이다. 왠지 외국 감독이 한국의 만화영화인 아기공룡 둘리를 본 것이 아닌지 궁금해진다.
시간여행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단편과 영화를 한번 살펴보길 바란다. <타임 패러독스>를 보게 되면 궁금증이 더욱 생길 것이다. 마치 <인셉션>의 다양한 해석과 비슷하다.
SF에 관심을 한 번이라도 가졌던 분들이라면 한번 집중해서 보시길 바란다. 2-3번은 다시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