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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Sep 10. 2015

상세르 블랑에 취하다

파스칼 졸리베 상세르 블랑은 다양한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사라진 압구정 <클라레> 와인바 안에 서 있다. 익숙한 음악과 함께 파스칼 졸리베의 상세르 블랑(Pascal Jolivet, Sancerre Blanc) 향을 느낀다. 문이 열린다. 벚꽃 내음의 그녀가 걸어온다. 한번 흘낏 본 후 파스칼 졸리베 상세르 블랑(Pascal Jolivet, Sancerre Blanc)을 목으로 넘긴다. 그녀가 가져온 벚꽃 내음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파스칼 졸리베의 상세르 블랑.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압구정 와인바 클라레다. 하지만, 파스칼 졸리베 상세르를 보게 되면 클라레 와인바가 생각이 난다. 클라레에서 자주 파스칼 졸리베 상세르 블랑을 마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파스칼 졸리베의 상세르 블랑 2013
Pascal Jolivet, Sancerre Blanc 2013


파스칼 졸리베 상세르 블랑은 원초적인 광물의 향을 살며시 내어놓는다. 가벼운 몸짓으로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나비의 그 빛깔처럼 연한 노란 빛을 보여준다. 가벼운 바디감의 이 와인은 소비뇽 블랑의 느낌을 온전히 드러낸다. 드라이하면서 상쾌한 뒷 여운을 주다. 마시고 난 후 코 끝에 남는 미묘한 그 향이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다. 참고로 쇼비뇽 블랑 100퍼센트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Cherry Blossom,
벚꽃 흐드러지게 핀 날 파스칼 졸리베 상세르를 한병들고 나들이 갔던 적이 있다.



벚꽃의 향과 파스칼 졸리베의 향이 어우러져서 벚꽃을 마시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던 이 와인. 기억 속의 2000년대 중후반의 파스칼 졸리베 상세르 블랑이 더 맛있었던 건 과거가 좋아 보이기 때문이리라. 파스칼 졸리베 상세르 와인을 마실 때마다 벚꽃과 클라레 와인바가 생각난다. 또한 벚꽃 길을 걸으며 바람이 불면 역시 이 와인이 떠오르곤 한다.




와인은 기억이다. 지금처럼 하늘이 맘껏 푸르름을 자랑하고 바람이 약간 뜨거운 햇살을 씻어주는 가을날 우리는 무엇을 마시며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또, 새로운 기억을 만들기 위해 가을 속으로 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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