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uth Point Dec 08. 2015

정동야행, 가을을 거닐다.

2015년 10월의 마지막 날 다녀온 정동야행

정동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시청 옆에 붙어있는 오묘한 공간이 떠오를 수도 있다. 덕수궁 돌담길에서의 연예의 추억이 생각날 수도 있다. 1880년대 후반 전 세계의 공사관들이 들어오면서 변화된 외교 중심지로서의 정동의 옛 자취가 다가올 수도 있다.


서양식 교육기관, 종교시설 그리고 의료시설, 각국 공사관들이 어우러지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정동은 한마디로 제국주의의 한 복판이었다. 이러한 정동의 기억을 걸어보는 시간, 그것이 바로 정동야행일 것이다.





덕수궁도 늦은 시간까지 개방되어 있었다. 덕수궁 내부를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차분한  가을밤, 조선시대로 갑자기 돌아간 듯한 오감은 나를 설레게 한다. 누군가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조선시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 말라고.. 그 시대에는 왕은 한 명이었고 대부분이 평민과 노예였다고... 당신이 왕이 되지 않을 확률이 거의 99.9퍼센트인데 굳이 그 시대로 가야 하느냐고..




고종이 아관파천 이후 법전으로 사용했던 중화전, 이렇게 조명 빛을 받으니 위풍당당해 보이지만 실제로 고종의 아픔을 함께한 곳이 이곳 중화전이리라.



덕수궁을 나와 성공회 성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공회 성당을 마주하는 순간 이 공간은 조선시대에서 바로 중세시대 유럽으로 이동하였다. 이 장면은 유럽의 어느 시골마을 그곳에 있는 성당의 모습 이리라. 조용하고 차분한  가을밤은 낙엽소리에도  온몸을 민감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나의 시선이 닿는 곳곳마다 옛 시절의 숨결이 다시 피어올랐다.



성당의 내부다. 항상 성당은 들떠있던 기분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제대로 된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해준다. 이렇게 해서 정동야행의 발걸음은  마무리되었다. 2016년 따스한 봄날에 다시 정동야행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그때 다시 이곳들을 들리며 봄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별의 계승자> 하늘을 바라보는 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