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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Nov 20. 2015

헤일 밥 혜성, 그때의 추억

1997년 3월, 혜성을 바라보다


1997년 3월 치악산 기슭에서 촬영한 헤일 밥 혜성 사진이다.


이렇게 밝고 빛나는 꼬리를 가진 혜성은 처음 보았고 18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혜성을 맨눈으로 멍하니 쳐다보던 기억은 이 사진 속에 박제되어 있다. 97년은 나에게 새로운 시작의 해였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살았던 근거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의 출발이었던 시기로 기억된다. 그리고 대학이라는 자유를 만나게 된 시기였기도 하다. 또한, 고등학교 때까지 갈망했던 나만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시작의 시간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달려갔던 그곳, 바로 천문동아리였다. 그렇게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내가 바로 가입한 그곳에서 혜성을 보러 떠났다.




거대 혜성 헤일 밥은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찬밥이다.


언론에 잠시 언급된 헤일 밥은 아마추어 천문인들에게만 관심을 일으킬 뿐 일반인들에게는 관심 외였다. 헤일 밥을 맨눈으로 바라보며 환호한 사람은 정말 소수였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밤하늘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도 관심의 대상도 아닌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혜성은 죽기 전에 다시 볼 수 없지 않나요?


그 당시 같이 헤일 밥을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던진 말이다. 1년 차 선배의 즉각적인 대답, 당연히 그렇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반짝이며 자신의 모습을 불사르는 혜성은 내 인생에 마지막이란 말이 참 서글펐다. 아직 이 헤일 밥 혜성은 암흑 가득한 우주공간을 홀로 유유히 떠다니고 있지만 다시 이만한 혜성을 볼 수 없다는 슬픔은 그 당시 나에게 엄청난 크기로 다가온 것이다.


약 5천 년이 훌쩍 더 지난 어느 날, 이 혜성은 태양계 바깥쪽 오르트 구름까지의 여행을 갔다가 다시 태양계로 들어올 것이다. 만약 혜성의 생명력이 질기다면 5천 년 전의 사람들이 바라본 그 혜성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시 바라볼 것이다.




18년간 나와 함께한 사진 2장


그렇게 촬영한 헤일 밥 사진을 동아리방 암실에서 직접 인화하던 날,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비록 흑백으로 인화한 사진은 결국 사라지고 학교 인근 사진관에 맡긴 사진 1장만이 내 책상 위를 18년간 지키고 있다. 그 사진과 함께 한 사진이 하나 더 있다. 오리온 자리 사진인데 내가 직접 촬영한 사진은 아니다. 분명 나보다 몇 학번 선배가 촬영한 사진으로 보이는데 필름 인화 연습을 이 필름을 가지고 했다. 그중에서 가장 제대로 인화한 사진이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요즘도 새벽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17-18년 전 하늘을 바라보던 '미친' 나 자신이 떠오른다. 별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행성을 알지도 못하면서 쳐다보기만 해도 좋아했던 그 시절. 그래서 요즘은 금성과 수성 그리고 목성과 화성을 하늘에서 종종 찾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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