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베넷의 외계 문명 찾기
예전부터 소설책만큼이나 천문학, 물리학 관련 책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매년 새해를 맞이하는 자세로 우주와 연관된 책들을 읽곤 했다. 2016년을 맞이하는 자세, 바로 그건 제프리 베넷의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를 읽는 것이었다. 2015년 연말과 2016년 1월 1일 새벽에 걸쳐 다 읽어 내려간 책이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즐겁고 유쾌하게 풀어쓴 책이라 읽는 내내 푹 빠져들었다. 2016년을 시작하게 된 책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 그렇다면 2016년을 마무리하게 될 책은 무엇일까? 지금부터 기대된다.
제목이 선명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UFO'를 선호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마음 편하게 책을 집어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제프리 베넷의 쉽고 유쾌한 지적 놀이에 동참하고 싶어서 선정적인 책 표지를 감내했다.
또, 다른 많은 세계가 있을까? 아니면 단 하나의 세계만이 존재할까? 이것은 자연을 탐구하는 데 가장 고귀하며 숭고한 질문이다.
성 알베르투스 마그누스(13세기)
이 책은 우주생물학을 통해 우주를 바라보려는 시도다. 우주에 관해 오랫동안 던져진 질문들에 대해 하나씩 되짚어 나간다. 행성의 어원이 그리스어의 '떠돌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부터 천왕성이 오래전 고대인들에게 보일만큼 가까웠다면 일주일은 7일이 아닌 8일이 되었을 거라는 농담 섞인 진심을 읊어낸다.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이렇게 7개로 우리의 일주일은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금성과 목성은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으며 토성과 화성도 어느 정도의 천문지식을 갖춘다면 어렵지 않게 맨눈으로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바라본 세계관의 결론은 4원소론과 연관된다. 흙은 본질적으로 우주 중심을 향해 움직이며 이것의 본바탕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그리스인의 생각과 합치한다. 물은 흙보다 가벼워서 그 위에 존재하여 강과 바다를 이룬다. 공기는 그보다는 더 가벼워서 대기를 이루고 불은 더 가벼워서 불꽃이 하늘을 향해 움직인다고 언급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결론은 '세계는 하나밖에 없다. 여러 세계란 존재할 수 없다.'로 향하게 된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틀리게 되면 지구의 특별함이 사라지게 된다. 4원소론 역시 연기처럼 공기 중으로 슬며시 사라지게 된다. 이 책은 결국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전 세계의 모래알수가 별의 숫자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당연히 생명 역시 그렇게 발생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그 가정은 아래와 같다.
1. 초기 지구에 존재하던 화학물질들은 실험실에서 비교적 쉽게 생명체를 이루는 거의 대부분의 물질, 아미노산/핵산/포도당/지방과 같은 탄소 기반의 복잡한 유기분자들로 합성된다. 유기분자는 운석에서도 성간 가스 구름에서도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2. 지구의 생명체는 지구의 생성이 완료된 바로 그 시점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로 유추 가능한 것은 유기물질을 가진 행성에서는 비교적 쉽게 유기물질이 생명체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3. 생명체들은 아주 광범위한 조전에서 생존, 번영이 가능하다. 아주 뜨거운 물속이나 남극처럼 아주 추운 곳에서도 말이다. 3. 생명체들은 아주 광범위한 조전에서 생존, 번영이 가능하다. 아주 뜨거운 물속이나 남극처럼 아주 추운 곳에서도 말이다.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실제로 그렇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생명체가 나타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다른 문명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실제 한다는 것에는 큰 간격이 있다. 가능성은 아주 크지만 실제로 관측을 해야 그 가능성이 증명되는 것이니 말이다. 과연 그들은 존재할까?
결국, 고대 그리스인들은 별들이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지구가 중심이 된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현대의 망원경은 지구가 움직이면서 발생시키는 '별의 시차'를 너무나 잘 잡아낸다. 하지만 고대에는 달랐을 것이다. 맨눈으로 별을 바라볼 경우 1년 내내 별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럴 경우 가정할 수 있는 것은 딱 2개다. 하나는 관측하는 곳, 즉 지구가 움직이지 않거나 아니면 관측대상, 즉 별이 너무 멀리 있을 경우다. 그들은 별이 '너무나 멀리' 있다고 상상할 수 없었기에 '당연히' 지구가 움직이지 않고 그렇기에 우주의 중심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관측 가능한 곳이 지구밖에 없었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에 나온 명문장들
1. 과학은 현실과 비교하면 원시적이고 유치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래도 과학은 우리가 지닌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2. 여러 가지 가능한 설명 중에서 적합한 것을 고르는 것이 바로 과학의 핵심이다.
3. 이 대목에서 나는 칼 세이건의 말을 상기하게 된다. "비정상적인 주장은 비정상적인 증거를 필요로 한다."
4. 과학은 기본적으로 태양, 달, 행성 그리고 별들의 움직임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나열하고 싶은 책 내용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책을 꼭 읽어봐야 그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위의 책 요약으로 흥미가 생기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나 역시 결국 이 책의 필자와 동일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우주에 '지금 동시대에' 생명체가 존재할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YES라고 답할 것이다. 나에게 문명을 가진 지적 생명체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틀어 존재할까?라고 묻는다면 역시 YES다. 그들이 지구를 찾아내고 방문해 볼 것인가? 에 대한 질문에 대한 나의 입장은 좀 회의적이다. 마지막으로 지구를 방문한 UFO에 대한 목격담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어느 것 하나 밝혀진 것이 없는 그냥 현상'일뿐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Are We Alone?'이라는 유명한 말에 'Ineffective'라는 아주 시니컬한 농담이 있다. 우리뿐이면 이 넓은 공간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니?라는 문장에는 을씨년스러운 슬픔 그리고 가슴 저 아래서부터 차가워지는 고독이 함께 담긴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지라도 나는 매일 밤하늘을 바라볼 것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다. 과학 언저리에서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이후 유일하게 '자유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과학을 좋아하고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한다. 즐거운 지적 유희에 유쾌한 질문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책에 나온 문장을 통해 책 요약을 해보자면, '과학은 명확한 증거를 기본으로 하는 반면 믿음은 신념이나 의견을 중요시한다.' 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