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을 주제로 한 김상현의 SF 단편
"존재하게 하려면 통제해야 한다. 통제하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꿈과 같다."
블랙잭 유행이 고등학교 교실을 점령한다. 모두들 블랙잭에 빠진 그때, 유독 블랙잭에서 전승을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태식이었다. 태식이에게서 배운 대로 마음속에 집을 짓고 그 공간에 기억의 창고를 만드는 나.
기억력에 대한 단편이다. 한참 시작하고 있다가 갑자기 끝난 듯한 단편소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가상공간, 가상현실과 같은 단어만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짧은 탓도 있지만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그리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글의 구성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그리고 우리는 늘 도박이라는 주제에 끌리지 아니한가?
상상한 카드를 외우기 위해 공간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결국 마음속에 저장공간을 만들어놓는 것과 동일하게 된다. 어쩌면 현재 휴대폰 디바이스가 클라우드에 접속해서 자료를 전송받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술을 마실 때는 접속이 불안정한 상황, 오랫동안 마음속 공간에 접근하지 못하는 부분은 클라우드와 디바이스 간 업데이트가 안된 상황을 묘사하는 느낌이었다.
<조커가 사는 집> 단편이 실려있는 단편집 제목이 <조커가 사는 집>이다. 다양한 SF가 함께 실려있는데 다른 단편들이 대표로 나왔으면 더욱 좋았겠다. <옥상으로 가는 길>이나 <장군은 울지 않는다> 등도 충분히 표지 제목으로 사용될 만큼 훌륭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단편을 읽고 나면 하나만 기억에 남는다. "존재하게 하려면 통제해야 한다. 통제하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꿈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