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SF어워드 소설 부문 수상작, 황태환 단편
이 소설은 좀비 소설이다. 하지만 좀비는 적극적으로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다.
좀비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적 보았던 강시들이 계속 연상되어 이런 류의 글을 읽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은 좀 다르다. 추리소설에서 밀실의 개념을 가져왔으며 좀비 소설에서 좀비가 점령한 세상 이미지만 가져왔다.
좀비로 세상이 점령되고 얼마 남지 않는 사람들은 독립된 몇몇 공간에 머물러 살고 있는 시대. 헬기를 통해 간간이 배급품이 공급된다. 병원으로 사용되었던 4층 건물에서는 옥상으로 통하는 길이 오직 쓰레기 배출구밖에 없다. 여기에 존재하게 된 5명의 인물, 그중의 한 명이 유일하게 옥상으로 올라가 배급품을 1층으로 가져올 수 있다. 그는 바로 난쟁이였던 것이다. 항상 밀실이 되면 인간의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영화 <쏘우>의 강열한 밀실만큼은 아니지만 인간이 가진 욕망과 이기심 그리고 권력관계와 협력과 배신이 물 흐르듯이 펼쳐진다. 난쟁이인 성국 씨는 어느새 식량을 공급하는 유일한 사람으로 5명이 지내는 이곳 밀실을 지배하게 된다.
"대체 가능한 존재의 가치가 얼마나 쉽게 휘발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곳 밀실에 엄마와 아들이 들어오게 되면서 권력관계는 바로 변한다. 키가 작은 남자아이는 성국 씨처럼 옥상에 접근 가능한 그래서 식량을 가지고 내려올 수 있는 대체재가 되기 때문이다. 대체가 된다는 것은 바로 존재가치가 사라질 수 있는 세상으로의 진입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쉽게 대체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작가는 던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쭙잖은 동정심으로 일을 망치는 건 한 번으로 족했다."
사실 성국 씨가 새로운 두 명을 밀실로 들어오게 한 것이다. 남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인해 자신의 위치가 위태로워지고 목숨까지 위협하였기에 그는 자신의 대체재를 사라지게 한다.
뛰어난 심리묘사와 순간순간 변하는 권력관계는 이 곳 밀실에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장소에 어울린다. 좀비 소설이지만 좀비 소설이 아닌 <옥상으로 가는 길>은 밀실에서 사람의 심리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