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밤
어린 시절 책상 위에 흩어져 있던 레고 블록은 대개 작은 집이나 자동차로 끝났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 그 작은 플라스틱 벽돌은 하나의 언어가 된다.
손가락 끝에서 쌓이고 이어지며 결국 인간의 감정과 시대의 이야기를 말하는 조각이 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레고 작가는 Nathan Sawaya이다.
변호사였던 그는 어느 날 서류 대신 레고를 선택했다.
그렇게 시작된 작품들은 인간의 내면을 조용히 드러낸다.
가슴이 열리고 그 안에서 노란 블록이 쏟아져 나오는 조각은
마치 마음속 생각이 세상으로 흘러나오는 장면 같다.
그의 전시 <The Art of the Brick>은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장난감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 보여주었다.
자연을 향한 시선으로 레고를 쌓는 작가도 있다.
Sean Kenney는 나비와 사슴, 코끼리 같은 동물들을 수만 개의 블록으로 만든다.
단단한 플라스틱 조각이지만 그의 작품은 이상하게도 살아 있는 듯한 움직임을 품고 있다.
색색의 블록 사이에서 자연의 숨결이 조용히 드러난다.
다음은 중국의 Ai Weiwei의 <Water Lilies #1> 작품이다.
길이 15m, 약 65만 개 레고 사용했다.
이 작품은 Claude Monet의 수련 연작을 레고로 재해석한 것이다.
거대한 벽 전체를 덮는 작품으로,
산업적 재료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묻는 작품이다.
이 흐름은 한국에서도 이어진다.
대한민국 1호 레고 공인 작가로 알려진 김성완은
건축과 산업 시설을 정교하게 재현하는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수많은 브릭이 모여 현실의 건물과 도시를 축소한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또 다른 한국 작가 김승유는 자연과 계절, 한국의 풍경을 레고로 표현한다.
수만 개의 블록이 모여 사계절의 색을 이루는 작품 앞에 서면,
플라스틱 조각 속에서도 바람과 햇빛이 흐르는 듯하다.
생각해 보면 레고 예술은 우리 삶과 닮았다.
작은 조각 하나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조각들은 서로 기대어 하나의 형태를 만든다.
어린 시절의 장난감이 미술관의 작품이 되듯,
사소해 보이던 순간들도 어느 날 돌아보면 삶이라는 거대한 조각의 일부가 되어 있다.
결국 예술이란 거창한 재료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작은 것들을 끝까지 쌓아 올리는 마음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Beethoven Symphony No 1 베토벤 교향곡 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