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

일상 속으로

by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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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우연히 지나치는 예쁜 여자를 마주칠 때,

사람들의 시선은 보이지 않는 경계를 드러낸다.


남성들은 종종 외모를 평가하는 듯한 시선을 던지고,

여성들은 호기심과 경쟁의식이 섞인 복잡한 감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성별 차이를 넘어 사회가 각자에게

부여한 '관찰자'의 역할을 반영한다.

남성의 시선이 무의식적 평가에 집중된다면,

여성의 시선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탐색하고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마치 서로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는 것처럼,

그들의 시선은 같은 대상을 향해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男 ”이쁘다!“

女 ”나보다 더 예쁘지만...“


어느 가을 오후,

아내와 카페에서 차를 마시던 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온 여자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유난히 청량감 있는 핑크색 원피스와

단정한 단발이 조화를 이루며 공간 전체에

은은한 빛을 흩뿌렸다.

나는 그녀의 옷차림에서 봄바람 같은

청순함을 느끼며 시선이 멈췄다.

그 순간 아내가 내 얼굴을 응시했다.





"왜 그래?"라는 말 대신

흐르는 침묵이 우리 사이를 맴돌았다.

나는 황급히 커피 잔을 들어 입가를 가렸고,

아내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는 척하며

그녀를 향한 나의 시선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그녀 역시 사과하듯 고개를 숙이며

내 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우리는 동시에 눈치챈 것이다.

서로의 시선이 같은 대상을 향했음을.

잠시 후 아내가 작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진짜 예쁘더라."


그 말에 나는 긴장이 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우리는 솔직해졌다.


"남이 봐도 눈에 띄는 미인은 있기 마련이지."




그녀의 말에는 경험에서 우러난 현실적인 체념이 깔려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아름다움'에 대한 관찰을 넘어,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심리를 드러낸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조차 타인의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인간적 본능을 부정하고 싶어 한다.

이는 애정 관계에서 기대하는 '유일무이함'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불안이자,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적 탐구심이 만들어내는 모순이다.



심리학자 앨런 피즈는 저서 <바디랭귀지>에서

"시선은 욕망의 창이다"라고 말한다.

타인의 외모를 응시하는 행위는 단순 호기심이 아닌,

무의식적 비교와 탐닉,

때로는 열등감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다.


특히 연인과 함께 있을 때 이성에게 향하는

시선은 '배신'의 의미로 확대 해석되기 쉽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두려운 것은 상대방의 시선이 아닌,

그 시선에 담긴 자신의 마음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일지 모른다.


이후로 나는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아름다운 이들을 바라볼 때면,

그 시선 속에 숨은 여러 겹의 감정을 읽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순수한 감탄으로,

어떤 이는 질투로,

또 어떤 이는 자신을 투영하며 바라본다.




그러나 공통점은 그 모든 시선이 '아름다움'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경의임을 깨달았다.

마치 예술관에서 명화를 감상할 때의 눈빛처럼.


오늘도 나는 아내와 손을 잡고 걸으며,

지나가는 여자의 우아한 스카프가 바람에 휘날리는 것을 본다.

우리는 눈길이 닿자마자 서로를 보고 피식 웃는다.


"저 스카프 예쁘다."

"응, 색감이 진짜 좋다."


이제 우리는 타인의 아름다움을 주저 없이 인정하며,

그 안에서 우리 관계의 아름다움도 발견한다.

여전히 시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본능이지만,

그 본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아름다움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감상할 가치임을 깨닫는 순간,

그 시선은 더 이상 불안의 그림자가 아닌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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