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의 평온, 땅 위의 질문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1.jpg



260미터 공중,

철제 빔 위에 걸터앉은 열한 명의 노동자들이

담소하며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발아래로는 맨해튼의 초기 스카이라인이 펼쳐졌고,

센트럴 파크는 먼지처럼 작아 보인다.


이 사진은 1932년 9월 20일,

록펠러 센터 RCA 빌딩 공사장에서 촬영된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Lunch Atop a Skyscraper)이다.

안전장비 하나 없이 아찔한 고공에서 태연함을

잃지 않는 모습은 경이로움과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333.jpg <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 / 1932년 >


사진 속 노동자들은 대공황 시대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이다.

아일랜드 출신 매티 오셔니시,

슬로바키아 목수 소니 글린 등

이름이 확인된 이들은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당시 고층 건설 현장은 "진공 속 작업장"이나 다름없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공사만 해도 5명이 추락사했고,

록펠러 센터에서도 3명이 희생됐다.

그럼에도 이들은 담배를 물고 웃음을 나누며

- 홍보용으로 연출된 촬영임을 알면서도 -

위험을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는"

삶의 모순이 철골 위에 응집되어 있다.



777.jpg RCA 빌딩. 찰스 C. 에베츠 1932년



영웅 서사와 안전 불감증의 그림자


이 이미지는 미국의 개척 정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타임〉지가 "세상을 바꾼 100장의 사진"으로

선정할 만큼 산업화 시대의 담대함을 각인시켰다.

그러나 영광 뒤에는 안전에 대한 무시가 도사렸다.

사진은 찰스 C. 에버츠의 렌즈를 통해 진보의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대가를 고발한다.


"빌딩은 하늘을 찌르지만,

그 뿌리는 노동자의 희생 위에 세워진다."



11.png 찰스 C. 에베츠 (Charles C. Ebbets) 1905 ~ 1978 촬영 작가



어트랙션으로 부활한 추억


2024년, 뉴욕 록펠러 센터는 이 사진을

"더 빔"(The Beam)이라는 체험형 전망대로 재해석했다.

관광객들은 안전벨트를 매고 360도 회전하는 덱에 올라

당시의 짜릿함을 모방한다.

위험은 테마파크 놀이가 됐고,

노동자의 투쟁은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는 역사의 상처가 문화적 상품으로

재포장되는 현대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원본 사진이 청구서와 함께 발견되어 작가 논란을 잠재웠듯,

진정성은 상업성에 종속되기 쉬운 법이다.



공허한 하늘을 마주한 우리의 질문


"과연 이들이 선택한 건 용기인가, 필사적인 체념인가?"

사진 속 한 노동자가 내뱉은 담배 연기는

대공황의 절망을 삼키려는 몸부림 같다.

지금도 조선소에서, 공사장에서 반복되는 죽음은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된 위험" 이 여전함을 증명한다.

우리가 빔 위에 앉은 그들을 바라볼 때,

진정 물어야 할 것은 "문명 발전의 빛이 모든 이에게 비추는가"이다.


"하늘은 높고, 땅은 멀었다. 그 사이에서 인간은 점심을 먹는다."

- 260m 공중에서의 식사는 생존의 초상이자 문명의 역설이다.


-------------------


P.S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이라는 사진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 중 하나로 수 많은 패러디가 되었다.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 패러디가 되며

다른 유명인들을 H빔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4444.jpg


5555.jpg


888.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움직임의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