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채용비리

말할 수 없는 비밀

by 제임스


수년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축하합니다. 아까 면접심사 들어갔던 ㅇㅇㅇ위원입니다.

월등하게 1등을 하셔서 알려 드립니다.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그날 오전 ㅇㅇ시의 산하기관 기관장에 응시하여 면접을 치렀다.

그런데 면접이 끝나자마자 전화가 온 것이었다.

아무튼 영문도 모른 채 “감사합니다”만 외쳤다.

이렇게 내용을 유출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런데도 전화를 한것은 아마도 미래의 권력자에게

사전에 눈도장을 찍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 후 며칠이 지나서 발표한 합격자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시의원 출신의 인사로

해당 분야에서는 경력과 학위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나는 민간기업에서 25년 근무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공공기관 서너군데에서 기관장으로 10년을 근무하였다.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곳은 지방의 한 산하기관이었다.

이때만 해도 전문가를 찾는 분위기가 있어서

경력과 전문성만 갖추면 나처럼 운 좋게 합격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비전문가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어느 곳 할 것 없이 중앙정부부터 땅끝 마을까지.

현재는 거의 99%가 그렇다.

그들은 그 분야에 전혀 경험이 없는

정치인(국회의원, 시의원, 선거캠프 인사 등)이다.




그 수법은 이렇다.

사전에 임명권자가 잘 아는 혹은 홍위병 노릇을 할 사람을 비밀리에 추천한다.

그러면 해당 기관에서 인사위원회(혹은 추천위원회)와

면접위원들을 자기들 말을 잘 들어 줄 인사들로 꾸린다.

그리고 혹여라도 면접에서 우수한 사람이 들어오면

정해진 저격수가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을 하며 압박한다.

주변 위원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줘서 평가를 나쁘게 받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해도 떨어진다.

왜냐하면 1,2위를 임명권자에게 올려서 간택 받게 해 놓았다.

실력과 경험은 차라리 조선시대에서 더 인정받는다.


이런 것을 모르고 열심히 준비하여 응시한 사람들은

그저 들러리로 끝난다는 사실을 알고는 통곡을 한다.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뽑을 생각은 아예 없다.

규정과 절차만 형식적으로 지키면 된다.

이러한 엉터리 기관장 채용은 일반 직원들 채용비리로 이어진다.


공기업인 강원랜드의 대규모 채용비리 사건 - 신입사원 가운데

95% 이상이 청탁자와 연결돼있고 최종 합격자 518명 중 493명이

청탁 대상자라는 사실에 당시 국민들은 분노했다.

최근에는 선관위가 모든 채용 절차에서 1,200여건의 비리 적발이

확인되어 감사원이 27명을 수사 요청했다.

정부 지정 공공기관 332곳 가운데 58곳에서

최소 278명을 부정 채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지자체까지 들여다 보면 까무러칠 것이다.


나역시 근무 당시에 엄청난 압박을 받았다.

시의회 의장 딸을 입사 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임기내내 비협조적인 의회와 사사건건 태클을

당하는 험난한 길을 걸어야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를 외쳤다.

그러나 공공기관 기관장과 임원급 5명 중 1명 '낙하산'이었다.

비전문가들로 국가를 운영했다.

이것은 여느 정권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며,

정도의 차만 있을 뿐이다.

전부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으로 월급을 준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열심히 공부는 왜 하는가?

누구는 놀 줄 몰라서 열심히 일하는가?

그래서 똑똑한 젊은이들이 해외로 떠난다.


잡지 못하는 아니 잡을 수 없는 부모의 가슴은

오늘도 피를 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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