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앤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잉글랜드 왕국 헨리 8세의 왕비 앤 불린.jpg 잉글랜드 왕국 헨리 8세의 왕비 앤 불린



영국 왕 헨리 8세의 2번째 왕비이며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

앤 불린은 1501년(혹은 1507년) 영국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프랑스 궁정에서의 교육이 그녀의 정신을 빚어냈다.


프랑스어와 라틴어에 능통했고,

세련된 예절과 화술로 무장한 그녀는 1521년 영국으로 돌아와 캐서린 왕비의 시녀로 입궁했다.

검은 머리카락과 강렬한 눈빛으로 전형적인 금발 미인상과는

거리를 둔 외모는 오히려 왕의 시선을 사로잡는 도구가 되었다.


헨리 8세가 그녀를 "정부"가 아닌 "왕비"로 요구하게 만든 것은

단순한 미모가 아니라,

프랑스식 기품과 지적 교감이 빚어낸 매력이었다.




2.jpg 한스 홀바인 <헨리 8세 초상화>, 1540, 로마 국립고전미술관 소장


1527년,

헨리 8세는 앤과의 결혼을 위해 캐서린과의 이혼을 교황청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그는 영국 국교회를 설립하고 스스로 수장이 되었으며,

1533년 비로소 앤과 정식 결혼했다.

이 결혼은 개인의 욕망이 국가 체제를 뒤흔든 사례였다.

그러나 왕비가 된 앤의 행복은 천 일도 지속되지 않았다.

딸 엘리자베스를 낳은 후 아들을 유산하자,

헨리 8세는 크롬웰의 계략으로 그녀를 간통·반역죄로 고발했다.

1536년 5월 19일, 런던탑에서의 처형은 "머리 없는 앤"이라는 전설을 남겼다.


1969년 영화 <천일의 앤>은 앤 불린의 생애를 첫 번째로 본격 조명한 작품이다.

리처드 버튼의 헨리 8세는 폭군의 이중성을 선사했고,

주느비에브 뷔졸드는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앤의 당당함을 재현했다.


900_Screenshot_20250606_215230_ChatGPT.jpg 영화 '천일의 앤'


다운로드.jpg 천일의 앤 영화 - 헨리8세와 앤 불린 왕비



영화는 그녀가 처형 전 남긴 독백으로 클라이맥스를 맞이한다:

"네가 죽여도 나는 여왕이다. 네가 내 목을 베어도,

내 영혼은 왕좌에 남으리라!".

이 대사는 역사적 인물을 넘어 페미니즘 아이콘으로 앤을 재탄생시켰다.


영화는 16세기 영국 의복법을 철저히 반영했다.

계급에 따라 색상·소재가 엄격히 구분되던 시대에,

앤의 검은 벨벳 드레스와 황금 장식은 권력 상승을 상징했다.

특히 처형 직전 그녀가 입은 소박한 회색 옷은 권위의 추락을 은유하며,

의상 자체가 서사를 보완하는 시각적 언어로 기능했다.


앤 불린의 죽음은 비극이었으나,

그 결과물은 역사를 바꿨다.

그녀의 피에서 태어난 엘리자베스 1세는 영국 최고의 군주로 성장했다.

또한 헨리 8세가 시작한 종교개혁은 성공회의 기반이 되었다.



temp_1651216700274.-439867262-960x769.jpeg 무적함대 초상화(The Armada Portrait), George Gower, c.1588, 110.5 x 125 cm, Woburn Abbey, Woburn, Bedfordsh



영화 <천일의 앤>의 주제곡을 작곡한 조르주 들르뤼의 멜랑콜릭한 선율은

한국에서 폴 모리아 악단의 'Farewell My Love'로 재탄생하며 1970~80년대를 울렸다.

이는 앤의 이야기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성을 지님을 증명한다.


"그림자는 사라져도 빛은 남는다."
- 천 일의 날 뒤에 남겨진 유산을 노래하며.


P.S 2008년 영화 <천일의 스캔들(The Other Boleyn Girl)>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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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NvlMX8Q61S0?si=Bj8EwWag4UeBec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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