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너머의 현실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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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에서 팝아트와 리얼리즘의 교차로에 탄생한

하이퍼리얼리즘<포토 리얼리즘(Ph0to-Realism), 극사실주의(Hyper-Realism)>

사진의 한계를 정밀함으로 뛰어넘는 예술 혁명이다.

이 운동은 인간의 망막이 포착하지 못하는 미세한 디테일까지 캔버스에 가둠으로써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현실" 을 구현한다.

그 핵심은 단순한 복제가 아닌 인간 지각의 경계를 의식적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극단적 사실성의 미술
사진의 확대 한계(흐려지는 픽셀, 왜곡된 선)를 붓끝으로 정복한다.

리차드 에스티즈(Richard Estes)

빌딩 유리창에 중첩된 도시 풍경을 재현하며

"반사된 현실의 이중성" 을 드러낸다.

마치 현미경으로 세상을 보는 듯한 디테일은

관객으로 하여금 일상의 소멸적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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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jpg 1967, 리차드 에스티즈



기계와의 공생
카메라, 환등기, 격자법(grid technique)은 필수 도구다.

척 클로즈(Chuck Close)는 모델의 얼굴을 2m 높이의 캔버스에 확대해 모공 속 땀방울,

피부 위 솜털의 굴절광까지 포착한다.

그러나 그의 후기 작업(안면인식장애·전신마비 이후)은 기계적 보조를 넘어

"인간 회복력의 상징" 이 된다.

붓을 손에 묶고 점(dot)으로 얼굴을 재구성하는 과정 자체가 휴머니티의 승리다.



999.jpg 척 클로스와 '자화상'(1967-68)


척 클로스 ‘Mark’ (1978-1979).jpg 척 클로스 ‘Mark’ (1978-1979)


척 클로스 ‘Lucas II’ (1987).jpg 척 클로스 ‘Lucas II’ (1987)



일상성 깊이 파고든 철학적 도발

오드리 플랙(Audrey Flack)의 과일·화장품 정물화는 번지르르한

소비문화의 허상을 색채 과잉으로 고발한다.

사진보다 선명한 묘사가 오히려 물건의 유한성을 각인시킨다.


Queen, 1976, 203 x 203 cm.jpg Queen, 1976, 203 x 203 cm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뮤익 Ron Mueck 처음에 그의 조각품 《죽은 아버지》(Dead Dad)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묘사한 이 작품(대략 절반 크기이며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상상력으로 만들었다)


2323.jpg <죽은 아버지(Dead Dad)>(1996~1997)


5252.jpg 론 뮤익 <죽은 아버지 Dead Dad>(1996~1997), 혼합재료, 20 x 38 x 102 cm



중국 현대미술의 랑쥔(冷军, 1963~ )의 하이퍼리얼리즘 회화는

모공 하나, 털 한 올까지 생생하게 재현된〈소향〉(小湘)이나 〈소문〉(小雯) 같은 초상화는

인간의 손이 카메라의 정밀성을 능가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단순한 기술적 기교에 머물지 않는 까닭은

"인간의 눈은 카메라와 근본적으로 다르게 본다"는 그의 선언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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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쥔의 작업 모습



20250720_082255.jpg GXin_Yi 작가의 '소녀의 초상'



복제 예술의 위기와 가치

"기술적 베끼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하이퍼리얼리즘은 디지털 시대에 손으로 만드는

기예(技藝)의 정당성을 증명했다.

에스티즈의 유리창 반사는 현실의 중층적 구조를,

클로즈의 얼굴 확대는 정체성의 유동성을 깨닫게 한다.

사진이 포착하지 못하는 시간의 층위(작가의 집중력이 쌓아 올린 붓터치의 흔적)가

캔버스에 살아있기에 가능한 성취다.


"과장된 리얼리티가 오히려 허구를 드러낸다"
하이퍼리얼리즘은 현실을 복제하며 동시에 해체한다.

그 초정밀 묘사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세계의 이면을 폭로하고,

일상의 평범함 속에 숨은 초월적 아름다움을 추출해낸다.

그것이 사진을 뛰어넘는 예술적 가치다.


아래는 국내 정중원작가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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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2ibFFMoiI4o?si=8S6jD9tt8VyZ344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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