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그 달콤한 추억

추억 속으로

by 제임스



2014041801033130242002_b.jpg 1960년대 서울 명동 영양센터. 전기구이 치킨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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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서울 명동.

‘영양센터’라는 간판 아래 삼계탕 냄새가 퍼지던 그곳에서,

한국 치킨 역사의 첫 장이 열렸다.

나 역시 엄마의 손을 잡고 가끔 가던 곳이다.

이후 등장한 전기구이 통닭은 금세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뼈 바삭, 살 촉촉한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경제 성장의 뜨거운 숨결을 닮아 있었다.


서양식 프라이드치킨의 선구자 ‘림스치킨’이 1977년 신세계백화점 지하에

등장하며 치킨의 대중화는 완성됐다.

닭 한 마리가 가족의 웃음과 휴일의 기쁨을 담는 그릇이 되던 시절이었다.

배달 오토바이 경적 소리만 들어도 마을 아이들이 환호하던,

그 단순한 기쁨의 시간들.


다운로드.jpg 가맹점 중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림스치킨 혜화점


그러나 요즘 치킨집 골목은 묘하게 쓸쓸하다.

"치킨 나왔습니다!" 하던 후렴구 대신 문 닫는 소리가 더 자주 들린다.

올해 반년 만에 패스트푸드점 300곳 가까이 영업을 접었다는 뉴스는 가슴을 쳤다.


코로나의 폭풍도 이겨냈던 업계가,

경기 침체와 치솟는 원가, 과열된 경쟁이라는 삼중고에 쓰러지고 있다고 한다.

하루 평균 20곳의 의류·화장품 매장이 사라진다는 통계도 처연하지만,

치킨집의 문 닫힘은 왠지 더 서글프다.

그것이 단순한 배고픔의 해결이 아닌,

우리의 일상과 축제, 추억과 정이 스민 공간이었고,

직장인들이 열받으면 으레 치킨집이나 할까하는 말을

항상 달고 다녔던 시대에 직장생활을 했던 아쉬움이라할까.


추억의 맛은 어디로 갔을까.

치킨 한 마리에 가족이 모여 TV를 보던 단란함,

첫 월급으로 동료들과 나눠 먹던 뜨거운 기쁨,

새벽배달로 위로받던 쓸쓸한 밤들.

그 모든 순간에 치킨은 조연이 아닌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맛 앞에 가로막힌 장벽이 너무 높다.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에서 천송이(전지현)가 치킨에 맥주를 먹는 모습


만 원 남짓한 치킨에 붙는 삼천 원의 배달비는 작은 부담이 아니다.

대형 프랜차이즈(BHC, BBQ, 교촌 등)의 화려한 마케팅과

할인 전쟁 속에서 동네 작은 치킨집들은 숨이 턱턱 막힌다.


교촌은 올해 단 3곳만 폐점했지만,

작은 브랜드들은 눈에 띄지 않게 사라져 간다.

피자 업계도 마찬가지다.

냉동피자 시장의 거센 물결에 전문점들은 허덕인다.

창업자의 꿈도 빛이 바랜다.

패스트푸드점의 3년 생존율은 46.8%로, 생존을 건 처절한 싸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다. 명동의 ‘영양센터’가 60년 넘게 버티는 것처럼,

치킨이 주는 위로와 기쁨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가격은 오르고, 배달비는 부담스러워도,

오늘도 누군가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거나,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그 황금빛 닭을 주문할 것이다.

닭 한 마리가 여전히 우리의 소소한 행복과 연결되는 한,

치킨의 추억은 계속될 것이다.


비록 지금은 겨울이지만, 봄은 반드시 올 것이다.

그때면 다시금, 바삭한 닭가죽과 촉촉한 속살 사이에서 흘러넘치는

우리의 이야기도 함께 부활하리라.

단지 그 맛이, 조금 더 값지고 아쉬운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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