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 타임머신을 탔다

추억 속으로

by 제임스



시간 여행이라는 상상의 나래가 현실이 된다면,

나는 어느 순간을 향해 발걸음을 돌릴까?


타임머신의 실재를 가정한다면, 대다수의 선택은 예측 가능하다.

주식 시장의 전설적 저점, 첫사랑의 결정적 순간,

혹은 잃어버린 기회가 눈앞에 스치는 그 시절.

부와 사랑, 기회와 절망,

이 인간 존재의 두 거대한 축을 다시 쥐어잡으려는 갈망이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스무 살 시절',

여성은 '중·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는 단순한 노스탤지어를 넘어선다.

남성들에게 스무 살은 가능성이라는 무한한 선택지가 펼쳐진 시점이었고,

여성들에게 중고등학생 시절은 순수한 감정과 꿈이 살아있던 마지막 순간이었을 것이다.


백투더퓨처의 타임머신


하지만 타임머신의 진정한 아이러니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 순간들은

실제로는 불완전했던 시간들이라는 점이다.

스무 살의 혼란과 방황, 중고등학생 시절의 억압과 한계를 잊은 채,

우리는 오직 그때만이 가졌던 '가능성'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삼성전자 주가가 2-3만원(액면분할 전)이던 시절로 돌아가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는 욕망과,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2000만원 시절로 돌아가

주저없이 매수를 하여 오늘의 후회가 없어지길 바랄 것이다.



그때 용기를 내어 고백했더라면 달라졌을 첫사랑의 결말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

이 모든 것들은 결국 현재의 불완전함을 과거의 가능성으로

위로받으려는 인간의 본능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아무 걱정,

근심이 없고 매일이 행복하고 평화로 넘쳤던 그 시절,

조그만 일에도 기뻐하고 깔깔대며 웃음이 그치지 않았던

천국 같은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의 순수함을 되찾고 싶다는 욕망은 동시에

그때의 무력함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역설을 내포한다.


타임머신은 궁극적으로 불가능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더욱 매혹적이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에,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

돌아가고 싶은 그 시절들에 대한 그리움은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미래의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결국 진정한 타임머신은 기계가 아닌 마음속에 있다.

과거를 그리워하되 현재를 포기하지 않는 지혜,

그것이 시간을 거스르는 인간만의 특권이자 숙명일 것이다.


2002년 작


** '타임머신' 영화는 참 재밌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강추합니다.

백투 더퓨처(1984)는 너무 유명한 영화라 다들 보셨겠지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치킨, 그 달콤한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