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밤
음악과 미술은 서로 다른 예술 영역이지만,
때로는 놀라운 만남을 통해 더욱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바흐, 헨델, 베토벤 같은 위대한 음악가들의 초상화는
그들의 음악과 마찬가지로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이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화가들의 작품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음악의 위대함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예술품이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경우,
생전에는 오늘날과 달리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당시 그는 다른 유명 음악가들처럼 화려한 스타가 아니었기 때문에
초상화가 거의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엘리아스 고틀로프 하우스만이 1746년에 그린 바흐의 초상화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바로크 말기 독일의 화가였던 하우스만은 드레스덴 궁정화가로 활동하다가
라이프치히에서 공식 초상화가로 일했는데,
그가 남긴 바흐의 모습은 후세에 전해지는 가장 신뢰할 만한 기록이다.
바흐의 음악이 널리 알려진 이후 제작된 다른 초상화들이
상당 부분 후대의 해석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우스만의 작품은 더욱 귀중하다.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은 바흐와는 달리 생전에 상당한 명성을 누렸다.
그가 런던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여러 초상화가 제작되었는데,
그중 토머스 허드슨이 그린 작품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18세기 영국 초상화의 대가였던 허드슨은 71세의 헨델을 화폭에 담았다.
이 초상화는 현재 런던 국립 포트레이트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으며,
헨델이 타계하기 불과 3년 전의 모습을 기록한 소중한 자료이다.
헨델의 어린 시절. 영국의 화가 마거릿 이자벨 딕시(1858년~1903)가 그린 상상화이다.
어린 헨델이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옥탑방에서 하프시코드를 몰래 연습했다는
풍문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초상화 중에서 가장 상징적인 작품은 요제프 칼 스틸러가 그린 것이다.
19세기 독일의 유명한 초상화가이자 바이에른 왕실의 궁정화가였던
스틸러는 베토벤의 정신과 예술적 열정을 완벽하게 포착해냈다.
이 초상화에서 베토벤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그의 걸작 "미사 솔렘니스"의 악보로,
이는 음악을 통해 추구했던 그의 높은 이상과 신념을 상징한다.
스틸러의 이 작품은 이후 수많은 서적과 음반,
기념물에 사용되면서 '베토벤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베토벤의 모습은 실질적으로 스틸러의 붓끝에서 탄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위대한 음악가들을 그린 화가들의 작품은 단순한 초상화를 넘어서
음악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기록한 문화유산이다.
하우스만, 허드슨, 스틸러 같은 화가들은 자신들의 예술적 재능을 통해 음악가들의 내면과
시대정신을 후세에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그들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음표로는 담을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의 예술적 감동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