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赦免)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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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赦免),

즉 죄를 용서한다는 것은 인간 역사상 가장 숭고하고도

복잡한 주제 중 하나다.

화가들은 오래전부터 이 깊이 있는 주제를 캔버스 위에 담아내며,

인간의 본질과 구원에 대한 성찰을 표현해 왔다.


서양 미술사에서 사면과 용서를 가장 깊이 있게 다룬 화가로는

17세기 네덜란드의 거장 렘브란트를 빼놓을 수 없다.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은 성서 속 탕자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으로,

용서의 본질을 가장 감동적으로 표현한 걸작이다.


늙은 아버지의 온화한 손길과 탕자의 초라한 뒷모습은

용서하는 자와 용서받는 자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렘브란트 특유의 명암법으로 표현된 이 작품은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구원의 순간을 시각화했다.


image.jpg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1669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헤르미타주 미술관 소장. 화가 자신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돌아보면서 회개하며 그린 걸작이다.


종교화 전통에서 사면은 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과 부활,

회개하는 성인들의 모습을 통해 표현되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 막달라 마리아의 참회,

베드로의 회개, 다윗 왕의 참회 등을 소재로 삼아 신의 용서와 인간의 구원을 그려냈다.

이들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죄의 무거움과

동시에 용서의 빛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조르주 드 라투르,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1640.jpg 조르주 드 라투르,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1640


19세기와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사면의 주제는 종교적 맥락을 넘어 사회적,

개인적 차원으로 확장되었다.

전쟁과 갈등의 시대를 겪으며 화가들은 개인적 용서,

사회적 화해, 역사적 사면에 대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겪은 유럽의 화가들은

용서와 화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이를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1.jpg 피카소 "Guernica’*( 1937) 전쟁의 참상과 그로 인한 상처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궁극적으로 "평화"와 "회복"의 필요성을 전달


현대 미술에서도 는 여전히 용서와 화해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정책 이후 화해,

동독과 서독의 통일 과정,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상처를 안고 있는 한국의 현실 등은

현대 작가들에게 새로운 사면의 의미를 제시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종교적 용서를 넘어 집단적 치유와 사회적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용서와 화해를 그리는 화가들의 시선에는 깊은 연민이 담겨 있다.

용서받기를 갈망하는 인간의 연약함과,

용서하는 이의 숭고함을 동시에 포착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용서라는 단어"가 가진 복잡성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을 넘어서는 철학적 깊이를 요구한다.


결국 을 용서와 화해를 그리는 것은 인간됨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로서의 인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서의 인간을 그려내는 것이다.

화가들이 수백 년간 이 주제에 천착해온 이유는,

아마도 용서야말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경지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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