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언어는 문화의 거울이다.
특히 한국어의 존대법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예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언어생활을 들여다보면,
잘못된 일본식 어법과 과도한 친절 의식이 만들어낸 어색한 표현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직장에서 일반 직원이 사장에게 부장의 행방을 전할 때,
"부장은 잠시 은행에 갔습니다"와 "부장님은 잠시 은행에 가셨습니다" 중
어느 것이 올바른 표현일까?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표현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일본식 어법의 잔재다.
우리말에서는 높은 사람에 대해서는 존대어를 쓰는 것이 원칙이므로,
두 번째 표현이 올바르다.
이러한 혼동은 오래전 한 기업에서 일본식 예절서를
그대로 번역해 발간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일본어의 언어체계를 한국어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생긴 오류가 수십 년간 굳어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말의 본래 정서는 상대방의 지위나 나이에 관계없이
그 사람 자체를 존중하는 데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학교와 가정에서는 압존법(壓尊法)이 적용된다.
학생이 선생님께 선배에 대해 말할 때는 "선배가"라고 하고,
손자가 할아버지께 아버지를 지칭할 때는 "아버지가"라고 한다.
이는 가장 높은 어른 앞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의
존대를 낮추는 우리말의 섬세한 위계 체계다.
한편, 서비스업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수선 맡긴 옷 나오셨네요",
"이 상품은 사이즈가 없으세요"와 같은 표현들이다.
친절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겠지만,
사람이 아닌 사물에 존대를 하는 것은 언어의 본질을 왜곡시킨다.
고객들 역시 "물건이 나보다 중요하냐"며 오히려 불쾌감을 표현한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그 사회의 가치관과 정신세계를 반영한다.
잘못된 존대법의 남용은 형식적인 예의에만 치중하여
진정한 존중의 마음을 잃게 만든다.
진짜 친절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지,
어색한 높임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형식에 매몰된 예의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다.
올바른 존대법을 사용하되,
그 안에 따뜻한 마음을 담을 때 비로소 말에 품격이 생긴다.
언어의 아름다움은 규칙을 지키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규칙 속에 담긴 배려와 존중의 마음에서 나온다.
우리의 언어생활을 되돌아보며,
일본식 어법의 잔재를 털어내고 과도한 형식주의에서 벗어나자.
그리고 우리말 본래의 정서와 품격을 되찾아,
진정으로 아름다운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가자.
말의 품격은 곧 그 사람의 품격이며,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품격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