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을 걸어 놓으셨나요?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집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값비싼 가전제품을 자랑하고,

또 어떤 이는 브랜드 가구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나는 단언한다.

벽에 걸린 단 한 점의 그림이야말로 그 집의 품격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얼마 전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거실 한쪽 벽에 걸린 작은 유화 한 점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격을 물어보니 겨우 50만 원이었다.

적은 금액으로도 얼마든지 작품을 살 수 있다.

우리는 왜 수백만 원짜리 명품 가방은 쉽게 사면서,

몇십만 원의 그림 앞에서는 망설이는 것일까?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원화 한 점 정도는 걸어놓아야 품위가 산다.

이는 단순한 허영이 아니다.

그림은 살아 숨 쉬는 예술이며,

작가의 혼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유일무이한 작품이다.

프린트로 찍어낸 복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붓질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체온,

물감이 캔버스에 스며들며 만들어낸 미묘한 질감의 변화,

이 모든 것이 우리 생활 공간에 특별함을 선사한다.

아이들에 주는 영향은 크다.

명품백은 허영심을 길러 주지만,

그림은 정서적 안정감과 문화적 가치를 통해 자존감을 만든다.


김길상, 휴식 Ⅶ


요즘처럼 K-컬처가 전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시대에

이런 얘기를 하니 더욱 안타깝다.

K-뮤직은 빌보드를 점령했고,

K-드라마는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인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K-애니메이션은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고,

K-방산업은 해외 수출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K-아트만은 폭망 중이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현실인가.


문제는 우리의 인식에 있다.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는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로 여기면서,

미술만은 여전히 고상하고 어려운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집에 걸린 그림 한 점이 매일 우리에게 주는 영감과 위안은 얼마나 큰가?

아침에 눈을 뜨며 바라보는 그림,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마주하는 그림,

그것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미적 즐거움은

그 어떤 엔터테인먼트보다 깊고 지속적이다.


김인혜 - Stir


그래서 나는 제안한다.

주변의 젊은 작가들 그림을 사라.

대학로 골목의 작은 갤러리든,

인사동의 신진 작가 전시든,

아니면 온라인 아트 플랫폼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을 때 용기를 내는 것이다.

혹시 누가 아나, 지금 몇십만 원에 산 그 그림이 훗날 로또 그림이 될지를.

물론 투자 목적만으로 그림을 사라는 얘기는 아니다.

진정한 가치는 그림이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에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안목을 기르는 재미 또한 쏠쏠하지 않은가?

10년, 20년 후 그 작가가 유명해졌을 때 "내가 그의 초기작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즐거움 말이다.


신진 예술가들의 미술장터인 '2025 브리즈 아트페어'


최근 한 젊은 작가의 개인전을 다녀왔다.

서른 살이 갓 넘은 작가의 작품들은 신선하고 역동적이었다.

가격은 30만 원부터 100만 원 사이.

명품 가방 하나 값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중 한 점을 집으로 가져왔다.

지금 그 그림은 내 거실을 밝히며,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값비싼 거장의 작품을 한 번에 살 필요는 없다.

작은 원화 한 점부터 시작해서 우리 집의 품격을 높이고,

동시에 한국 미술계에도 작은 보탬이 되어보자.

K-아트가 폭망에서 벗어나 세계로 뻗어나가는 그날을 위해서 말이다.

당신의 집 벽은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https://youtu.be/6LGkAQZa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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