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뒤흔든 스캔들의 그늘

추억 속으로

by 제임스

1975년,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있었다.

바로 '칠공자 사건'의 주인공 박동명에 관한 이야기다.


신앙촌을 만들고 시용그룹을 이끌던 아버지를 둔

그는 대표적인 재벌 2세였지만,

그의 삶은 화려함 뒤에 숨겨진 어둠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경찰이 위장 이민과 불법 재산 해외 유출 혐의로 그를 구속하러 집에 들이닥쳤을 때,

신인 영화배우가 함께 있었고 집안에는

당시 수입 금지 품목인 외제 물건과 보석들이 즐비했다.

그가 이토록 많은 사치품을 소유한 이유는 독특했다.

수많은 여성들과 만나면서 현금 대신 핸드백과 목걸이를 건네주기 위해서였다.


그의 사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국산차도 사치로 통하던 시절에 외제차를 여러 대 소유했고,

3만 달러를 주고 구입한 벤츠는 통관세가 3천만 원을 넘자 아예 미국으로 보내버렸다.

그리고 그 차를 타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스피드를 즐겼다니,

그의 기행은 범상치 않았다.

경찰이 압수한 스포츠카는 한국에 단 한 대뿐인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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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에서 박동명은 자신의 취미를

"최고급 승용차를 갖는 것과 미녀들과 어울리는 것"이라고 태연히 털어놓았다.

마담뚜를 통해 수많은 연예인을 만났고,

조력자들은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재벌집 교수를 고른다'는

명목으로 젊은 대학생들까지 모집해왔다.


진짜 폭풍은 '박동명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100명의 이름이 적힌 그 명단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이야기들이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13명의 여배우가 영화인협회에서 제명되었고,

한 여배우는 남편에게 이혼당했으며,

수치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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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양정아였다.

MBC 공채 탤런트 2기로 데뷔해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와 영화 '흥부'로

큰 사랑을 받던 그녀는 박동명의 애인으로 지목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언론사를 고소해 무죄를 받았지만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동기인 고두심은 후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쁜 여배우였는데 참 억울하고 아깝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 사건은 연예계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양정아의 자리는 정윤희, 장미희 등 2세대 트로이카가 채웠고,

MBC에서는 김자옥이 원톱 배우로 부상했다.

영화계 여배우 인력이 대거 감소하자

드라마 배우들이 영화계로 진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재벌가와 연예인 간의 후원 관계는 더욱 체계화됐다.

CF 출연료가 연예인들의 주수입원이 되면서 일부 재벌들은

CF 사업을 빌미로 연예인들의 가방에 현찰을 넣어주곤 했다.

'백지수표'라는 말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고 전해진다.


박동명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그 시대 권력과 부의 민낯을 보여준 거울이었다.

화려한 표면 아래 숨겨진 부패와 타락,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희생된 무고한 이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금도 유사한 소문들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과연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씁쓸한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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