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기억은 인간 존재의 가장 신비로운 영역 중 하나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이자,

때로는 현실과 환상 사이의 모호한 경계선이기도 하다.

많은 화가들이 이 불가해한 기억의 세계를 캔버스 위에 포착하려 시도했고,

그들의 작품은 우리에게 기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W1siZiIsIjM4NjQ3MCJdLFsicCIsImNvbnZlcnQiLCItcXVhbGl0eSA5MCAtcmVzaXplIDIwMDB4.jpg The Persistence of Memory, 1931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1931)은

기억을 다룬 가장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다.

녹아내리는 시계들이 만들어내는 몽환적 풍경은

시간과 기억의 상대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달리는 "손으로 그린 꿈의 사진"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편집증적 비평 기법을 통해 환각 상태에 빠져들었고,

그 결과 탄생한 이 작품에서 시간은 더 이상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존재가 된다.

개미로 뒤덮인 주황색 회중시계와 중앙의 인물

- 아마도 달리 자신의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 은

죽음과 부패에 대한 불안을 표현하면서도,

기억이 시간을 초월하여 지속된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1.jpg 조르지오 데 키리코, <거리의 신비와 우수>, 1914


조르조 데 키리코 역시 기억의 화가로 불릴 만하다.

그의 형이상학적 회화들은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신비로운 공간을 창조한다.

《거리의 우울과 신비》(1914)에서 보이는 텅 빈 광장과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어린 시절의 기억 속 풍경처럼 낯설면서도 친숙하다.

키리코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듯이,

기억 또한 명확한 형태를 갖기보다는 분위기와 감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333.png 고흐: 별이 빛나는 밤 (Starry Night), 1889

반 고흐의 후기 작품들 또한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별이 빛나는 밤》(1889)은

그가 생레미 요양원에서 창밖 풍경을 기억에 의존하여 그린 작품이다.

소용돌이치는 별들과 파동치는 하늘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기억 속에서 재구성된 감정의 풍경이다.

고흐에게 기억은 현실보다 더 진실한 것이었고,

그의 붓터치는 기억의 감정적 강도를 그대로 드러낸다.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 과자를 통해 기억의 힘을 탐구했듯이,

화가들은 색채와 형태로 기억의 본질을 탐구해왔다.

이들의 작품에서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재구성하고 현실을 새롭게 해석하는 창조적 힘으로 나타난다.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처럼,

기억은 경직된 시간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흘러가며,

우리의 정체성과 예술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https://youtu.be/PxaEkTLoJcI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국화의 산삼, 박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