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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노래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신화의 신들과 여신들은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상상력을 사로잡아 왔다.

이러한 신성한 존재들을 그린 그림들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인간이 신성과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갈망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신들의 초상을 탐구하며,

그 속에 녹아있는 인간적 고뇌와 아름다움을 발견해보고자 했다.


22.jpg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1485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은

그리스 신화의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로마 신화의 비너스)의

탄생 장면을 그린 걸작이다 .

바다에서 나온 여신이 조개껍질 위에 서 있는 모습은

신성한 아름다움의 순간을 포착하려는 화가의 시각적 노력이다.

부드러운 곡선과 환상적인 색채는 여신의 초자연적 기원을 강조하면서도,

그녀의 얼굴에 담긴 연약하고 인간적인 표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신성함에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천연 재료인 달걀 활용해 '비너스의 탄생' 그렸다.

작품이 완성됐던 1485년쯤만 해도 아직 유화 물감이 발명되기 전이라

다양한 천연 재료가 그림에 쓰였다.

색깔 있는 돌을 곱게 갈거나,

식물에서 나는 진액 같은 것을 말려 얻은 색 가루를 달걀이나

벌꿀, 기름에 섞어서 그렸다. 이런 방식을 템페라(tempera)라고 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신화의 묘사를 넘어,

인간적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킨다.

보티첼리는 달걀 노른자와 꿀을 사용하는 템페라 기법으로

마치 꿈결 같은 신성한 순간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냈다.

이처럼 위대한 예술가는 체험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미적구조로 변환"시키는 것임을 보여준다 .

바다에서 태어난 여신의 이미지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에 대한 보편적 은유가 되어 준다.


20251009_092122.jpg 루벤스, 파리스의 심판, 1636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

피터 파울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 은

트로이 전쟁의 불씨를 지핀 사건을 그린 작품으로,

파리스가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네 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고르게 되었는데

아프로디테를 고르게 되어 발생하였다.

신들의 여왕 헤라, 지혜의 여신 아테나,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천상의 아름다운 3대 여신으로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가리고 싶어했다.


신들의 인간적 욕망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

화면 가득 채워진 육체적 풍요로움과 역동적인 구도는

세 여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움을 판단해야 하는

파리스의 모습을 극적으로 재현한다.


이 그림은 신성한 존재들이 권력, 지혜, 사랑이라는

세 가지 유혹을 화려한 모습으로 의인화하고,

인간의 선택과 그 결과라는 보편적 주제를 제시한다.


루벤스는 이 그림을 통해 신들이 결국 강화된 인간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그들은 더 큰 힘과 아름다움을 지녔을 뿐, 시기와 야망, 교활함은 인간과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은 문학과 마찬가지로 "그 시대와 함께 미래를 꿈꾸며 호흡"해야 하는

예술의 사명을 완수하며 ,

고전 신화를 통해 우리 자신의 내적 갈등과 선택의 순간들을 비추어 보게 만든다.


333.jpg 시스티나 성당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성당 천장벽화』

신을 그린 작품 중에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시스틴 성당 천장벽화』 만큼

위엄과 영감을 주는 예술품은 드물다 .

이 장대한 작업은 창세기부터 신과 인간의 관계를 다양한 장면으로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아담의 창조』 는 신성과 인간성의 교차점을

가장 강력하게 포착한 장면으로 꼽힌다.


하나님과 아담이 막 맞닿으려는 손가락은 생명의 순간 그 자외에도,

신과 인간을 나누는 경계이자 연결점을 상징한다.

미켈란젤로는 신을 위엄 있고 강력한 노신의 모습으로,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피조물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는 신화가 "과학, 철학, 기술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세상을 지배"하며 자연현상을 설명했던 것처럼 ,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예술로 신성의 본질을 탐구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종교 그림을 넘어, 인간이 신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자신의 모습으로 재창조해내는지에 대한 증거이다.


1.jpg 아담의 창조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프레스코화 중 하나이다. 하느님이 최초의 인간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창세기 속 성경 이야기를 그렸다.


동양의 신


999.jpg 김홍도, 운상신선도


66.jpg 김홍도, 군선도(群仙圖)


영원을 꿈꾸는 사람들은 예로부터 신선의 세계를 동경했다.

진시황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불로초를 찾아 산을 헤맸고, 신선이 되기를 염원했다.

도교에 따르면 상천의 피안세계에는 제왕이 있어 인간의 모든 동태를 살피며,

사명이라는 신이 운명을 기록한다.

제왕에게 선택받은 자만이 신선이 될 수 있고,

그중에서도 뛰어난 이만이 승천하여 신들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믿었다.

신선의 가장 큰 특징은 불로장생이며,

수행과 단약을 통해 날개가 돋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우화등선의 경지에 이른다고 여겼다.


666.jpg 덟명의 신선을 소재로 한 민화


팔선도에 등장하는 여덟 신선은 각자 독특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파초선을 든 종리권, 칼을 맨 여동빈, 흰 노새를 타는 장과로,

피리를 든 한상자, 호리병을 든 이철괴, 음양판을 든 조국구,

꽃광주리를 든 남채화, 연꽃을 든 하선고가 그들이다.

이 외에도 청우를 탄 노자, 두꺼비와 함께 있는 하마선인, 천도를 든 동방삭 등이 신선도에 등장한다.

신선이 되기 위한 연금술은 수은과 황금을 기본으로 했다.

변화를 상징하는 수은과 불변을 상징하는 황금을 조화시켜 불로장생의 단약을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화학실험 과정에서 화약이 발견되기도 했다.

본초학에서도 불로장생의 약물을 다루었으니,

결국 도교와 본초 모두 영원한 생명을 향한 인간의 갈망이 빚어낸 주술이었다.


20251009_095212.jpg 김홍도. 남해관음도. 19세기 초, 견본수묵담채, 30.6 x 20.6cm, 간송미술관 소장


단원 김홍도가 그린 남해관음도는 조선 후기의 도석인물화로,

수월관음이자 백의관음의 모습을 담고 있다.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가 포탈라카산으로 가서 관세음보살을 만나는 장면을 그린 수월관음은,

물에 비친 달을 내려다보는 형상의 보살이다.


김홍도는 흰 옷을 입은 관음보살을 화폭에 담으며 자신만의 신앙심을 드러냈다.

풍속화로 세상의 번잡함을 그려낸 화가가 이 그림에서는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요를 담았다.

물에 비친 달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관음의 자비가 화폭 위에 스며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나무관세음보살'을 염불하게 만든다.


신들을 화폭에 담은 작품들은 단순한 이야기의 삽화가 아니다.

화가들은 신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신성함과 인간됨의 경계를 탐구한다.

이 경계선 위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아름다움과 욕망, 영성과 연약함을 발견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은 비록 그 종교적 의미는 옅어졌을지라도,

예술가들의 붓을 통해 인간 정신의 영원한 주제로 다시 태어났다.

미술관에 선 그 순간,

우리는 신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것이

결국 끝없는 인간 탐구의 여정을 바라보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https://youtu.be/BCxTpn188_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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