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불빛을 그리는 화가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밤의 뉴욕 맨해튼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수천 개의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들,

끊임없이 흐르는 차량의 행렬,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의 실루엣.

그 압도적인 광경 앞에서 우리는 문득 깨닫는다.

도시는 낮이 아니라 밤에 비로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11.jpg Landing at JFK Airport #1, 2017, Acrylic


화가 윤협은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다.

캔버스 위에 무수한 점과 선을 찍어 내려가며,

그는 도시의 밤을 재탄생시킨다.

언뜻 보면 그의 작품은 흐릿한 사진처럼 보인다.

멀리서 바라본 도시의 스카이라인,

혹은 고요한 해변 풍경의 실루엣.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모든 것이 정교하게 배치된 아크릴 점과 선들의 조합이라는 것을.


2024022901314_7.jpg On the Way Back from Bear Mountain #4, 2023


윤협의 예술 여정은 거리에서 시작되었다.

2000년대 초반,

그는 거리의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DJ들과 함께 라이브 페인팅을 진행했다.

어렸을 적부터 스케이트보딩과 사이클링에 푹 빠져 있었던 그는,

자유롭게 앞으로 움직이는 그 느낌에 매료되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거리의 풍경, 그 속을 가로지르는 몸의 움직임.

이 모든 경험이 그의 캔버스 위에 녹아들었다.


음악과 스케이트보딩으로부터 받은 감명을 선과 점 요소를 사용해

즉흥적으로 표현하며 지금의 스타일을 만들어 왔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도시를 '그린' 것이 아니다.

도시가 내뿜는 에너지, 그 혼돈과 질서의 공존, 밤의 리듬과 숨결까지 포착해낸다.

웅웅거리는 교통 소음, 가로등 불빛의 은은한 후광,

밤의 속삭임까지도 느껴지는 듯하다.


그의 작품을 음악에 비유하자면 야상곡이라 할 수 있다.

쇼팽의 녹턴이 밤의 정서를 음표로 담아냈다면,

윤협은 점과 선으로 도시의 밤을 노래한다. 획 하나하나가 음표이고,

점 하나하나가 별처럼 반짝이며,

그것들이 모여 뉴욕의 밤과 공명하는 추상적 교향곡을 만들어낸다.





거리 예술에서 캔버스로의 전환은 윤협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는 도시의 정수를 실내 공간으로 끌어들여,

관람객들에게 잠들지 않는 도시로 향하는 문을 열어준다.

그의 독특한 작품은 Nike, Facebook, 메디콤 패브릭, 치넬리 같은

여러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이어졌고,

다양한 굿즈에서도 그의 패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2010년부터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며, 윤협은 계속해서 도시의 밤을 탐구한다.

도쿄, 상하이, 서울, 홍콩에서 개인전을 기획하며 회화 작가로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의 캔버스는 국적을 초월한 사랑을 받는다.

뉴욕이든 서울이든 도쿄든, 밤의 도시가 가진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에너지는 같기 때문이다.


20251017_193835.jpg


정밀하고 의도적인 그의 점과 선은 장소의 물리적 모습뿐 아니라

그 주변의 분위기까지 담아낸다.

그것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도시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호흡을 포착한 기록이다.

관람객은 그의 작품 앞에서 마치 그 장소에 서 있는 듯한 감각적 경험에 몰입하게 된다.


윤협의 작품 앞에 서면 묻게 된다.

우리는 정말 도시를 보고 있었던 것일까?

날것 그대로의, 투박한 진정성을 간직한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다시 보기를 권한다.

거리를 걷고, 자전거를 타고, 밤의 불빛들을 응시하라고.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될 자유와 에너지를,

혼돈 속의 질서를, 어둠 속의 빛을 느껴보라고.

도시의 밤은 매일 우리 곁에 있지만,

윤협처럼 그것을 진정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그의 캔버스는 우리에게 일상 속 경이를 일깨워주는 창이다.


3.jpg On the Way Back from Bear Mountain #1, 2023


https://youtu.be/0aqt3FLqd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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