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예는 실용적인 쓰임에 결부되어야 했던 전통 도예에서 나아가,
보다 자유로운 표현법을 통해 현대적인 미와 주제를 드러낸다.
조선시대 관요의 폐지와 일제강점기, 6.25 전쟁을 거치며 거의 맥이 끊어졌던 한국의 도예는
1950년대에 전통도예의 재현이 시작되면서 되살아났고,
1970년대에 이르러 도예인들이 늘어나고 각종 대학에서 도예를 가르치는 등
확연한 성장기를 맞았다.
그리고 1980-1990년대를 거치며 한국 현대 도예는 실용성에서 탈피하여
조형성과 작가적 입장을 중시하는 예술로 진화했다.
현대 도예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의 계승이 아니라 전통의 재해석이다.
흙과 불이라는 근원적 재료는 그대로지만,
작가들은 그 속에서 각자의 철학과 미감을 담아낸다.
유약의 색에 의존하던 전통에서 벗어나 흙 본연의 질감을 찾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도자기의 경계를 허물고 조각이나 설치미술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작가도 있다.
'토흔(土痕)'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이종능 작가는
유약의 색에 의존해온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흙 본연의 질감과 색을
1,300도의 장작불길 속에서 찾아내 표현한 그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평가받는다.
도예 작가 김호정은 국내는 물론 영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활발히 전시 활동을 펼치며
고유의 파란빛 세라믹 작업으로 세계 아트 러버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녀의 푸른 달항아리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또 하나의 시도다.
고려청자의 비색을 연상시키면서도 현대적인 조형미를 갖춘 그의 작품은
전통이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현재임을 보여준다.
전지연 작가는 도자 조각들을 모아 모자이크 도판을 만든다.
도판은 면 분할과 색채만으로 이뤄진 추상회화를 떠올리게 한다.
선과 면의 기하학적 요소들은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절제된 표현을 떠올리지만,
전지연의 작업은 감상적 표현을 보여준다.
화면을 구성하는 조각들은 흙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차분한 색채로 작가 개인의 감성적 조형언어를 가미해 표현하고 있다.
전지연은 흙만이 가진 소박한 멋을 추상회화적 표현과 접목시켜 추상도예라 이름 붙였다.
현대 도예의 매력은 바로 이 자유로움에 있다.
청자도 분청도 백자도 아닌,
그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작품들이 탄생한다.
도자기 벽화처럼 평면으로 확장되기도 하고, 거대한 설치미술로 공간을 채우기도 한다.
실용성을 벗어던진 현대 도예는 순수한 조형예술로서 관람자와 대화한다.
흙을 만지는 손의 온기는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손이 빚어내는 형태는 시대의 정신을 담는다.
전통을 존중하되 그에 갇히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하되 뿌리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이 한국 현대 도예가 걸어가는 길이다.
1300도 불꽃 속에서 단단하게 구워지듯,
한국 도예는 전통과 현대의 열기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빚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