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국회의원을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이 있는가?
그들은 놀랍도록 정상적이다.
말을 잘하고, 예의 바르며,
때로는 진심으로 국민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토록 똑똑하고 정상적이던 사람들이 당사 회의실에 들어서거나
국회의사당 본관 계단을 오르는 순간,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다.
왜 그럴까?
왜 개인으로 만났을 때는 그토록 합리적이던 사람이,
당의 이름을 걸고 나서는 순간 국민이 분노할 만한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되는 걸까?
이 의문의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행동일수록,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충성도는 다음 선거의 공천으로 이어진다.
공천!
이 한 단어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현역 의원에게 공천은 정치생명의 연장을 의미한다.
연봉 1억 6천만 원, 기타 보조금, 평생 연금 월 100만원,
보좌관 9명, 각종 특권과 예우...
한 번 당선되면 얻게 되는 이 모든 것이 공천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만 유지된다.
그러니 의원들은 당 지도부를 향해 충성 경쟁을 벌인다.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 공천을 위한 정치가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다.
이는 시군구 지방의회 의원들도 같은 구조이다.
공천권을 갖고 있는 지역 국회의원이 죽으라면 죽는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국회의원 집 김장은 물론 빨래까지 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의회 법카를 의원 부인에게까지 상납하고.
시의원 공천 대가로 금품이 오고 간다.
이들 역시 1인당 년6600만원이 넘는 의정비(광역기준)와
각종 특혜는 1억의 뇌물을 주고 당선되더라도 남는 장사이다.
예전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던 구호다.
그 시절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정당의 간판보다 사람을 먼저 보려 했고,
후보자들은 자신의 진심을 호소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라도 양대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당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권자들도 변했다.
"내 표가 사표가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에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라도 특정 정당을 보고 투표한다.
울며 겨자 먹기다.
선거는 최선을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라 차악을 고르는 계산이 되어버렸다.
해법은 의외로 명확하다.
첨단 디지털 기술시대에는 대의정치인 국회의원을 없애면 된다.
직접민주주의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실제 여러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렇게 못한다면,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를 권력적인 자리가 아니게 만들면 된다.
즉,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로 만드는 것이다.
연봉을 5천만 원 이하로 낮추고, 보좌관을 2명으로 제한하며,
시대착오적인 불체포특권을 폐지하는 것이다.
직접 운전하고, 직접 자료를 찾고,
직접 법안을 공부해야 하는 자리로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는 반문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실력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국회를 보라.
현재의 높은 보수와 특권이 과연 실력 있는 의원들을 만들어냈는가?
오히려 권력과 혜택에 취해 국민과 멀어진 것은 아닌가!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박봉과 고된 노동을 감수하고도 국회의원이 되려 할 것이다.
반대로 권력과 특권을 누리고 싶어서 정치를 택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걸러질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이력서를 가진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땀 흘릴 줄 아는 일꾼이다.
물론 제도를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자신의 특권을 내려놓는 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국민이 깨어나서 한 목소리를 낸다면 말이다.
이것이 힘들다면 제발 지방의회만이라도 없애서 세금 낭비와
동네에서는 정치 스트레스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좌와 우로 나뉘어 싸워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그 대립을 부추기며 이득을 취하는 구조 자체에 있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치 구조.
그것을 유지하며 혜택을 누리는 시스템.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맞서야 할 대상이다.
국회의사당 밖에서 만난 그 정상적이고 똑똑한 사람들이,
의사당 안에서도 여전히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
공천이 아니라 국민을 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
특권이 아니라 책임만이 주어지는 자리.
그런 국회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변화는 국민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제 우리가 깨어나 말해야 할 때다.
국회를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우리 손으로 이 구조를 바꾸겠다고!
그것이 주권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우리가 변하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평생 세금만 갖다 바치는
비참한 노예의 인생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