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새해 아침부터 정치인들의 인사 메시지가 쇄도한다.
ㅇㅇㅇ시장, ㅇㅇㅇ국회의원...
물론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다.
올해 지방선거 예비 출마자들도 가세한다.
22년 전 잠깐 정치판에서 활약한 대가라고 생각하며 웃으며 차단한다.
그래도 또 때가 되면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온다.
나와 전혀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도 날아온다.
내 정보가 전국에 퍼진 모양이다.
이렇게 유명하고 싶진 않다.
선거 때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쏟아진다.
이것은 명확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법을 만들겠다는 분들이 법을 어겨가면서 스팸을 보낸다.
참으로 웃긴 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는가?
많은 이들이 핸드폰을 집어 든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알고리즘이 선별한 세상과 마주한다.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
유튜브의 추천 영상,
SNS의 타임라인.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곳에는 정치 관련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것도 혐오와 비방 그리고 비리와 갑질사건 등
미담이라고는 눈곱하나 찾기 힘들다.
이쯤되면 정치가 국민의 삶을 보듬는 손이 되지 못하고,
소음과 상처로만 주는 정치혐오증으로 다가온다.
권력의 언어가 진실을 잃고,
약속이 반복해서 배신될수록 사람들은 참여 대신 거리두기를 택한다.
그 결과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 회피가 습관처럼 굳어진다.
이는 무관심과 닮았지만 다르다.
무관심이 빈자리라면,
정치혐오증은 넘쳐난 실망이 쌓여 생긴 방어막이다.
개인의 경험—부패, 위선, 진영의 싸움—이 겹치며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체념으로 번진다.
이 증상은 심각한 정치혐오증이란 중병의 신호다.
정치적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불안, 걱정, 긴장 등의 정서적인 스트레스와 아울러
두통, 불면, 소화장애 등의 신체적 증상을 호소한다.
하지만 다른 스트레스와 달리 정치적 스트레스는 그 원인이
사회·정치적인 것에서 연유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 컴퓨터를 끄고, 핸드폰을 치우면 되지 않냐"고 누군가 말할지 모른다.
그래서 산책이라도 나가면 아파트 입구에 떡하니 붙어있는 정치 현수막을 보게 된다.
피할 곳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정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가?
우리는 이미 디지털 세상에 발이 묶인 채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세상의 문을 열 때마다,
우리는 원치 않는 정치적 메시지의 포화 속으로 내던져진다.
문제는 단순히 정치 콘텐츠의 양이 아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참담해진다.
논리적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고,
대신 진영 논리와 감정적 대립만이 난무한다.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상대방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오직 자기주장만을 외치는 아우성.
댓글창은 전쟁터가 되고,
팩트보다는 자극적인 제목이 클릭을 유도한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선택을 학습한다지만,
정작 우리는 그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한 번 정치 관련 영상을 클릭하면,
그와 비슷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추천된다.
심지어 우리가 동의하는 의견만을 계속 보여주며 확증편향을 강화시킨다.
반대 진영의 콘텐츠는 분노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제시되어,
결국 우리는 분노하거나 우울해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정치스트레스는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정치인들인가?
그들은 분명 자신의 메시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
언론인가?
클릭 수를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는 그들의 책임도 크다.
플랫폼 기업인가?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분노와 논쟁을 조장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한 그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자신도 이 구조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극적인 제목에 클릭하고,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댓글에 반응하고,
내 진영의 논리만을 공유하는 행위.
우리 모두가 이 거대한 정치스트레스 제조 기계의 톱니바퀴인지도 모른다.
저녁이 되어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머릿속에는 온종일 본 정치 뉴스와 논쟁이 맴돈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화면을 켜보지만,
또다시 정치 관련 알림이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2026년 우리가 사는 방식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 안에서 정치스트레스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는,
그런 삶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그 원인을 제거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정치인을 없애 버리면 될까?
플랫폼을 없애면 될까?
절대 불가능하다.
그러면 규제를 강화하는 법을 만들면 안 되는가?
정치인들이 본인의 선전선동의 수단을 스스로 규제할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문해력인지도 모른다.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소비하고,
의도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접하려는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때로는 용기 있게 화면을 끄고
현실 세계로 돌아올 줄 아는 지혜.
정치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것에 잠식당하지 않을 방법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