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밤
얼굴 위의 비밀스러운 점들, 무슈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검은 점이 여러 개 찍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진짜 점이 아니다.
17세기 프랑스와 영국 귀족 사회를 사로잡았던 패션 아이템, '무슈(mouche)'다.
프랑스어로 '파리'라는 뜻을 가진 이 작은 장식은
실크나 벨벳 같은 고급 천을 작게 잘라 얼굴에 붙이는 것이었다.
마치 하얀 피부 위에 작은 파리가 앉은 듯한 모습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이렇게 붙인 점은 부위에 따라 은밀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마에 붙이면 당당한 여인, 눈가는 열정적인 여인,
입술은 요염한 여인, 볼은 상냥한 여인을 표현했다.
마치 부채의 언어처럼, 무슈의 위치는 하나의 암호였다.
말하지 않고도 자신의 기분이나 매력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슈가 이토록 유행한 데는 당시 미의 기준이었던 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여인들은 하얀 분을 바르고 볼에 연지를 바른 뒤,
화장의 마무리로 이 작은 무슈를 꺼내 들었다.
별, 초승달, 하트 모양으로 잘라진 천 조각은 작은 장식 상자인 '부아트 아 무슈'에 담겨 다녔다.
거울과 작은 붓이 함께 들어있는 이 상자는 당대 여성들의 필수품이었다.
그런데 무슈가 어떻게 유행하게 되었을까?
흥미롭게도 원래는 매독이나 천연두 같은 질병의 흉터를 감추기 위해 붙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납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과 각종 질병은 피부에 흉터와 자국을 남겼다.
이를 가리기 위한 실용적인 방법이었던 무슈는 어느 순간 귀족들 사이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했다.
흉터를 감추려던 것이 오히려 '힙'해져 버린 것이다.
루이 토크(Louis Tocqué)의 18세기 작품 '무슈를 바르는 여인(La Mouche: A Lady at Her Toilet)'은 이런 풍경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화장대 앞에 앉은 여인이 작은 상자에서 무슈를 꺼내 얼굴에 붙이려는 순간을 그린 이 그림에는 거울과 리본, 이미 거부한 듯한 또 다른 무슈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올바른 위치에 붙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1650년경 제작된 '두 여인의 우화적 초상(Allegorical Painting of Two Ladies)'은
무슈 문화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별과 초승달 모양의 무슈를 얼굴에 가득 붙인 두 여인이 그려진 이 작품 위에는
"허영에서 비롯된 악, 악마여 그녀를 데려가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무슈를 죄악시했던 청교도적 시각을 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1650년 영국 의회는 무슈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난과 금지에도 불구하고 무슈는 18세기 내내 사랑받았다.
남녀를 불문하고, 귀족뿐 아니라 평민까지 무슈를 붙였다.
프랑스 궁정의 영향으로 유럽 전역에 퍼진 이 유행은 결국 18세기 말이 되어서야
자연스러운 화장을 선호하는 시대가 오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무슈의 역사를 돌아보면 참으로 흥미롭다. 부끄러운 흉터를 감추기 위한 고육지책이
어느새 세련된 패션 코드가 되었고, 위치 하나로 복잡한 메시지를 전하는 언어가 되었다.
아름다움의 기준, 유행의 탄생, 그리고 인간의 창의성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 같은 이야기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기이하게 느껴지는 이 작은 점들이,
당시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