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밤
예술가의 정체성은 하나의 이름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샤토 방달(Château Vandale)이라는 이름 뒤에는
J. Vandale이라는 다층적 존재가 숨어 있다.
한때 거리의 그래피티 아티스트였던 이 예술가는 디지털 아트 세계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후, 다시 거리로 돌아왔다.
샤토 방달이라는 스튜디오 이름은 흥미로운 역설을 품고 있다.
'샤토(Château)'는 프랑스의 고성을 의미하는 단어로 우아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Vandale'은 파괴자를 뜻하는 'Vandal'의 프랑스식 표기다.
이 두 단어의 결합은 그의 예술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스스로를 "럭셔리 반달리즘(Luxury Vandalism)"의 창조자로 규정하며,
거리의 불법성과 갤러리의 고급스러움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J. Vandale의 작업 방식은 충격적이다.
완성된 조각을 망치로 깨뜨리거나 다 그린 그림에 불을 붙이는 등,
압도적인 비주얼로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불이 번지는 순간 천사가 악마로 변하는 등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변화의 과정이며, 새로운 의미의 탄생이다.
그의 작품은 흰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대비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색을 통해 그는 빛과 어둠, 선과 악의 경계를 표현한다.
영화감독 요나스 오커룬드와의 협업 프로젝트 'The DITCH'는 이러한 철학을 잘 보여준다.
영화, 음악, 미술의 경계를 허물며 공포와 유머, 아름다움과 기괴함을 동시에 담아낸다.
디지털 아티스트로서 그는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레이디 가가 같은 세계적 아이콘들과 작업했다.
하지만 성공의 정점에서 다시 거리로 돌아가는 선택을 한다.
그의 한정판 작품들은 23캐럿 금을 손으로 칠한 뮤지엄 퀄리티로 제작되며,
일단 판매가 끝나면 영원히 사라진다.
거리 그래피티의 일회성을 다른 방식으로 구현한 것이다.
샤토 방달의 예술은 결국 경계에 대한 질문이다.
파괴를 통한 변화의 예술,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계.
그는 이 경계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 사이의 회색지대에서 새로운 미학을 창조한다.
모리스 라벨(RAVEL)♥밤의 가스파르(Gaspard de la nu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