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으로 잠긴 욕망

그림 읽는 밤

by 제임스

18세기 로코코의 화사한 색채 뒤편,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빗장>은 오늘날 우리에게 낯익은 이야기를 전한다.

화폭 속 남녀의 몸짓은 단순한 사랑의 장면이 아니라,

권력과 욕망이 교차하는 침묵의 갈등을 증언한다.

남자는 강렬한 힘으로 여인의 허리를 붙들며 오른손으로 문빗장을 걸어 잠그고,

여자는 도망치려는 몸짓과 함께 그의 얼굴을 밀어내는 저항의 손길을 내민다.

이 대립적인 순간은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회 곳곳에서 되풀이되는 장면이다.


Jean-Honoré_Fragonard_009.jpg 프라고나르의 <빗장>, 1777


"남자에게 허리 아래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봉건 시대의 속설은

이제 "허리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도 너무 많은 남자들이 허리의 힘을 함부로 휘두른다.

그들은 본능에 충실할수록 인생의 예정된 길에서 벗어나게 됨을,

그 행동이 여성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외면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수치심과 두려움으로 인해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프라고나르는 이 작품에서 밀폐된 침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회 전체의 문제를 응축해 보여준다.

빗장은 단순히 문을 잠그는 도구가 아니라, 여성이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을 상징한다.

여성이 피해를 호소하지 못할 때, 그 침묵을 동의로 오해하는 사회의 편견을 드러낸다.

화려한 로코코 양식의 부드러운 붓터치와 따뜻한 색조는

오히려 이 날카로운 현실을 더욱 강렬하게 부각시킨다.


이 그림을 바라볼 때, 우리는 한 가지 명확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이것이 '사랑의 순간'인가, 아니면 '권력적인 욕망의 표출'인가.

남녀의 신체적 접촉이 그림의 표면적 주제라면,

그 이면에는 당시 사회의 성적 권력 관계가,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젠더 문제가 놓여 있다.


프라고나르의 <빗장>은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빗장'에 대한 경고이다.

그것은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갇혀 있는 사회적 구조이자,

남성들이 스스로에게 걸어야 할 마음의 빗장이기도 하다.

이 그림을 통해 우리는 예술이 단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의 빗장이 걸리고,

누군가는 그 빗장을 열기 위해 조용히 싸우고 있다.



01.35813710.1.jpg 그네, 1767


다운로드.jpg 프라고나르, 행복한 연인, 1751-1755



https://youtu.be/oCpk8U3ap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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