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밤
1944년, 한 장의 그림이 세상에 나왔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서 바라본 토성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거대한 고리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얼어붙은 지평선 위로 장엄한 행성이 떠 있는 광경.
이것이 바로 체슬리 본스텔(Chesley Bonestell, 1888-1986)의 대표작이자,
우주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었다.
본스텔은 단순히 상상력만으로 그림을 그린 화가가 아니었다.
188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릭 천문대의 망원경을 통해 우주를 처음 목격했고,
1910년 핼리 혜성을 관측하면서 평생의 열정을 발견했다.
그의 독특한 점은 과학적 정확성에 대한 집착이었다.
천문학 논문을 탐독하며 각 행성과 위성의
궤도, 크기, 빛의 각도까지 계산해 캔버스에 옮겼다.
그의 그림 속 토성은 타이탄의 궤도 거리에서 보았을 때의 정확한 각도 크기로 그려졌다.
흥미롭게도 본스텔의 경력은 우주 예술만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그는 크라이슬러 빌딩과 금문교의 건축 디자인에 참여한 건축가였고,
할리우드에서 '시민 케인'과 '노트르담의 꼽추'의 배경 화면을 그린 매트 페인팅 아티스트였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이 그의 우주 풍경화에 독특한 건축적 감각과 영화적 드라마를 불어넣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들은 1940-50년대에 집중되어 있다.
토성의 여러 위성에서 바라본 연작, 명왕성의 얼음 산맥, 달의 험준한 봉우리들.
이 그림들은 콜리어스, 라이프, 스카이 앤 텔레스코프 같은
대중 잡지에 실리며 미국 전역을 휩쓸었다.
로켓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 SF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와 협업하며
제작한 우주 탐험 관련 서적들은 당시 우주 시대를 열어가던 미국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천 개의 커리어를 탄생시킨 그림"이라는 별명이 붙은 '타이탄에서 본 토성'은
수많은 과학자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더글러스 트럼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참여한 우주 예술가 돈 데이비스 모두 본스텔의 제자이자 추종자들이었다.
물론 그의 모든 예측이 맞았던 것은 아니다.
달의 산들은 그가 그린 것처럼 뾰족하고 험준하지 않았고,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를 연상시키는 그의 달 풍경은 실제로는 훨씬 부드럽고 평탄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예술작품의 가치는 예측의 정확성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힘에 있기 때문이다.
본스텔은 1986년, 76년 만에 다시 찾아온 핼리 혜성을 보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유산은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들만이 아니다.
인류가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를 과학적 정확성과 예술적 상상력으로 시각화함으로써,
그는 우주 탐험의 꿈이 현실이 되는 데 기여했다.
오늘날 우리가 화성 탐사선의 사진을 보며 느끼는 경외감의 씨앗은,
어쩌면 70년 전 한 화가가 뿌린 것인지도 모른다.
델타웨이브, 앰비언트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