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분노

주절주절

by 제임스

2024년 12월 29일, 벌써 일 년이 넘었다.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는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한민국 항공 역사상 최악의 비극이었다.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끝의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면서 탑승객 대부분이 사망했다.

그런데 이 참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반응은 묘한 침묵으로 일관되고 있다.



사고의 경위와 충격적인 진실

사고 당시 여객기는 새 충돌 등의 문제로

비상 상황에 처해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문제는 활주로 끝에 설치된 로컬라이저를 받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한국전산구조공학회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는 충격적이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을 경우 사고기는

770m 활주 후 안전하게 정지했을 것이며,

설령 로컬라이저가 국제 기준에 맞는 부러지기 쉬운 구조였다면

보안담장을 뚫고 나가더라도 중상자조차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계산됐다.

즉,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새 충돌이 아니라

설계 오류와 관리 부실이었던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공항

무안공항은 태생부터 문제투성이었다.

1993년 목포공항 추락사고 이후 호남권 신공항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경제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998년 건설교통부는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을 1.45로 제시했으나,

2004년 감사원 감사에서 실제 값은 0.49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항임대수익을 편익에 포함시켜 경제성을 부풀린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실세의 주도로 1999년 착공된 무안공항은

공사 과정에서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설계심사 1, 2위를 제치고 최저가 제시 업체가 일괄 수주했으며,

당시 장관 동생 업체가 골재 납품을 수주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환경부는 1998년부터 철새도래지 근처라는 점을 들어

조류 충돌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묵살됐다.

'한화갑 공항'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정치 논리가 경제성과 안전성을 압도했다.

2007년 총 3056억 원을 들여 문을 연 무안공항은 처참한 실패작이었다.

연간 992만 명 이용 예측과 달리 2023년 실제 이용객은 23만 명(2.3%)에 그쳤다.

2018~2022년 5년간 1068억 원의 손실을 내며 전국 공항 중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성이 낮다 보니 안전 투자는 뒷전이었다.

조류 퇴치 전담 인력은 김포공항 23명, 제주공항 20명에 비해 단 4명에 불과했고,

관제사도 7명뿐이었다.

적자를 누구의 돈으로 메꾸고 있는가?


이런데도 인재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세월호, 이태원은 인재?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진보 진영은 "이것은 명백한 인재"라며

보수 정부(박근혜)의 책임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

선장의 무책임한 대응, 정부의 초동 대처 미흡,

해경과 해수부의 구조 실패가 모두 인재의 요소로 지목됐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예견된 인재"라는 표현이 난무했고,

경찰과 지자체의 안전 관리 부실,

보수 정부(윤석열)의 책임이 연일 제기됐다.



그런데 무안공항 참사에 대한 반응은 사뭇 다르다.

새 충돌이라는 '자연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천재지변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연구 결과가 말해주듯,

진짜 문제는 콘크리트 둔덕이었다.

국제 기준에 어긋나는 구조물을 방치한 것,

2020년 개량공사 때도 이를 바로잡지 않은 것은

명백한 관리 소홀이자 인재의 요소다.

해외 전문가들은 "범죄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선택적 인재 주장의 민낯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같은 성격의 사고를

다르게 규정하는 것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

세월호와 이태원에서 보여준 그 엄격한 잣대가

무안공항에서는 왜 작동하지 않는가?


도대체 왜 어떤 정부 때는 수백 개 단체가 한날 한시에 나타나고,

어떤 정부 때는 아무리 큰 참사가 일어나도 단체들이 보이지 않는 걸까?

그들의 목적은 정말로 희생자를 위한 추모와 진상 규명이었을까?


아니면 정권을 흔들고 끌어내리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었을까?

실제로 민주노총이 북한으로부터 참사를 이용해 국민 분노를 유도하라는

지령을 받았던 정황은 이 의문의 실체를 보여주는 강력한 단서가 아닐까?


물론 모든 사고에는 복합적 원인이 있다.

세월호에도 선박 노후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고,

이태원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군중 심리가 작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시 진보 진영은

"예방 가능했다", "시스템 실패"라며 인재로 규정했다.

같은 논리라면 무안공항 역시 "콘크리트 둔덕만 없었다면",

"국제 기준만 지켰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가 아닌가?


진정한 추모는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무안공항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려내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179명의 희생자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선택적 분노와 선택적 침묵은 또 다른 참사를 예고할 뿐이다.


마지막 비행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그날 무안공항 활주로에는 따뜻한 고향으로 돌아가던 사람들,

새해를 준비하던 가족들, 일상의 여행을 즐기던 이들이 있었다.

179명 각자의 삶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으며, 돌아가야 할 일상이 있었다.

그들은 단지 비행기를 탔을 뿐인데,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이 참사가 결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었음을,

누군가의 결정과 누군가의 방치가 만든 비극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희생자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우리 사회에 대한 질문이다.


과연 우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인가?

정치 논리에 앞서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인가?

그 질문에 답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그들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길이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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