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오랜만에 국가대표팀(u-23) 경기를 보았다.
홍명보 감독이 안 나오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시원한 골이 터질 때마다,
젊은 선수들이 필드를 누빌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통쾌함이었다.
축구를 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골망을 흔드는 그 짜릿한 순간,
모든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증발해 버리는 그 카타르시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 축구 경기를 챙겨본다.
특히 국가대표팀의 경기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월드컵은 나에게 축제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그 뜨거운 열기는 지금도 생생하다.
거리는 붉은 물결로 물들었고,
낯선 사람들끼리 어깨동무를 하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지금 생각해도 온몸에 전율이 인다.
그때의 그 감동, 그 설렘, 그 희망.
축구가 우리에게 선물한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다가오는데, 나는 보지 않을 것이다.
아니,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홍명보 감독 때문이다.
홍명보는 선수 시절부터 문제가 많았다.
1992년 K리그 드래프트를 거부했고,
2002년 월드컵 이후에는 LA 갤럭시 이적을 위해
백태클 퇴장 등 노골적인 태업으로 포항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열하나회'라는 사조직을 만들어 대표팀 내 영향력을 행사하며
가입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불이익을 주었고,
역대 감독들과 항명과 불화를 반복했다.
1996년 아시안컵 이란전 태업 의혹, 1995년 국가대표 음주 파동,
2007년 아시안컵에서의 퇴장 사건까지...
그의 선수 경력은 화려한 업적만큼이나 논란으로 얼룩져 있었다.
결국 사람은 인성으로 결론지어진다.
이런 사람이 대표팀 감독이 되었으니,
지금의 혼란은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다.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은 처음부터 논란투성이었다.
2024년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외국인 감독을 물색한다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갑작스럽게 홍명보 감독으로 결정되었고,
기술위원회의 제대로 된 검증도 없었다.
전력강화위원회 소속도 아닌 이임생 총괄이사가
단 10일 만에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박주호 전 국가대표는 이를 폭로하며 "협회가 정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더 큰 문제는 K리그에 대한 몰이해와 무례함이었다.
시즌 중반, 울산 현대가 리그 우승 경쟁과 AFC 챔피언스리그를
앞둔 상황에서 감독을 빼가는 것은 구단과 팬들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었다.
울산 서포터들은 "팬들에게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저주에 가까운 성명을 냈다.
경기장에는 "홍명보 나가"라는 걸개가 나부꼈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한계는 경기마다 여실히 드러났다.
2025년 10월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0-5 참패를 당했고,
같은 해 동아시안컵에서는 일본에 0-1로 패하며 안방에서 우승을 내줬다.
명확한 전술 콘셉트가 보이지 않았고,
선수 교체와 기용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실력이 없는 선수라도 홍명보의 인맥에 있다면
구가대표로 발탁되며, 주전으로 뛸 수 있는 불공정은
그의 무능에 더러움까지 보탰다.
심지어 홍 감독은 한국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홈에서 경기할 때 부담이 너무 많고 분위기가 집중할 수 없는 느낌"
이라는 망언까지 내뱉었다.
2002년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을 보라!
히딩크 감독은 오직 실력만으로 선수를 뽑았다.
축구협회가 선수 명단을 제안해도 단호히 거절했고,
홍명보조차 대표팀의 맏형으로 군림하려 하자 과감히 내쫓았다가
겸손하게 변한 후에야 다시 불렀다.
대학 선발에도 끼지 못했던 차두리를 발탁하고,
축구 천재 이동국을 제외시킨 것은 전술적 적합성과
현장에서의 태도만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반면 홍명보 감독은 정반대였다.
친한 선수를 경기에 내보내는 의리축구, 인맥축구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홍명보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박주영, 윤석영, 정성룡 등을 우선적으로 기용했다.
박주영은 아스날에서 벤치 워머였고,
윤석영은 QPR에서 주전으로 대접받은 적조차 없었으며,
김보경은 카디프에서 벤치 워머로 변했는데도 홍명보는 이들을 끝까지 신뢰했다.
정몽규, 정해성, 이임생, 홍명보 모두 고려대 라인이라는 사실이 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히딩크가 만든 것은 기적이었고, 홍명보가 만든 것은 참사였다.
국민들의 의사는 명확하다.
홍명보 감독의 데뷔전부터 축구팬들의 야유가 터졌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항상 만원이던 경기장은 이제 빈 좌석으로 가득하다.
2025 동아시안컵에서 역대 한중전 최소 관중(4426명),
한일전 최소 관중(1만 8418명) 신기록을 세웠다.
이것이 바로 국민들의 답이다.
월드컵 출정식조차 텅 빈 관중석으로 치러졌다.
관리감독 기관인 문체부에서 중징계를 요구했음에도,
국민들이 물러나라고 소리쳤음에도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2025년 2월 26일,
85%의 압도적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축구의 현실이다.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감옥에 가는데,
축구 감독 하나 국민의 뜻대로 바꾸지 못하는 나라.
이 얼마나 기막힌 아이러니인가!
지금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특별하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이 2024년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팀에 선정되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골든부트를 수상한 아시아 최초의 선수이며,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전 경기 선발 출전하는 세계적 수비수다.
이강인은 파리 생제르맹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천재 미드필더다.
이런 선수들이 한 팀에 모인 것은 기적에 가깝다.
내 살아생전 이런 라인업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이번이 월드컵 우승을 꿈꿔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황금세대가 무능한 감독 아래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스러져가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비극이 어디 있겠는가?
홍명보 감독에게 필요한 최고의 전술은 '사퇴'다.
한국 축구를 위한 유일한 전술이기도 하다.
월드컵은 감독 개인의 명예 회복 무대가 아니다.
국민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여야 한다.
선수들은 왜 야유가 들리는 경기장에서 뛰어야 하는가?
왜 텅 빈 관중석 앞에서 경기해야 하는가?
세상은 늘 공정하지 않게 흘러간다지만,
이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국민의 사기가 걸린 문제이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이다.
온 국민을 한마음으로 뭉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축구이다.
이때만큼은 여야, 좌우, 영호남 따위는 필요 없다.
오직 내 조국, 대한민국뿐이다.
우리는 월드컵이라는 잔치를 함께 즐길 자격이 있다.
2002년의 그 열정을 다시 한번 느낄 자격이 있다.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회장은 귀를 막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역대급 황금세대를 낭비한 무능함을,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오만함을,
그리고 축구라는 축제를 장례식으로 만들어버린 죄를 말이다.
나는 이번 월드컵을 보지 않을 것이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텅 빈 가슴을 채울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