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민생

주절주절

by 제임스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또다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사사건건 싸우는 모습에 국민들은 한숨을 내쉬며 채널을 돌린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오히려 "또 싸우네"라는 냉소만 남았다.

깡패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민의 대표라는 이들이 본회의장에서 욕설을 내뱉고,

고함을 지르며, 때로는 몸싸움까지 벌인다.

이런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데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그 사이, 바깥세상은 요동치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자동차, 목재, 의약품은 물론 AI 반도체까지 타깃이 되었다.

현대차 주가는 하루 만에 4.9% 폭락했고, 삼성전자도 3% 이상 떨어졌다.

환율은 1,442원에서 다시 1,500원을 향해 치솟을 기세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관세 인상은 곧 경제 전체의 위기를 의미한다.



트럼프가 든 칼의 명분은 명확했다.

"한국 정부가 약속을 안 지켰다."

한미 관세 협상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수개월째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2천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합의를 법제화하는 법안 말이다.

물론 오늘 타코(TACO)로 끝났다.

Trump Always Chickens Out, 즉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라는 의미다


여야는 이 법안을 놓고도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 누구에게 공을 돌리느냐를 따지느라 시간만 흘렀다.

그 결과는? 관세 폭탄이다.

문제는 더 복잡하다.

이 법안을 처리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준 형식이고, 다른 하나는 특별법이다.

국민의힘은 비준을, 민주당은 특별법을 주장한다.

중요한 건 두 경우 모두 야당 동의 없이 통과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민주당은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을까?


비준과 특별법의 가장 큰 차이는 투명성이다.

비준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서명하면 한미 관세 협상이 국가 간의 약속,

즉 국제법으로 귀속된다.

이 경우 협상 내용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반면 특별법은 정부가 미국과 협상한 것을 국내에서만 이행하게 하는 국내법으로,

공개할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 헌법 60조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이 국회에 있다고 명시한다.

2천억 달러면 누가 봐도 국회 비준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비준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왜일까?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완벽한 외통수에 몰렸다.

특별법을 통과시켰는데 트럼프가 "그거 비준 아니잖아"라며

또 관세를 올리면 어쩔 것인가?

그렇다면 결국 비준으로 가야 하는데,

관세 협상 세부 사항에 이재명 대통령이 무슨 내용을 해놨을지 민주당도 모른다.

국민들은 더 모른다.

뭐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비준을 준비하자니,

그동안 왜 비준을 안 한다고 버텼는지 설명이 안 된다.

나중에 국민들이 내용을 알고 나서

"이런 중요한 걸 왜 처음부터 비준으로 안 하려고 했어?

이거 탄핵감 아니야? 민주당 해산해야 되는 거 아니야?"

라고 들고일어날 수도 있다.


결국 민주당과 이재명은 특별법도 비준도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이 정도면 경제 외교 압박으로 이재명 임기를 다 못 채우게 하고

진짜 끝내버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방한한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강요받고 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까지 거론되며

미국은 한국의 디지털 규제 정책에도 불만을 쏟아냈다.

무역 전쟁을 넘어 외교 압박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전히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고 하고, 야당은 "정부가 무능하다"고 한다.

그 사이 법안은 계류 중이고,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 결정을 미루고,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국민의 삶은 어떤가? 물가는 여전히 높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며,

자영업자들은 높은 금리와 경기 침체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이런 민생 문제보다 정치 공방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예산안 처리는 지연되고, 시급한 법안들은 계류된 채 회기만 거듭된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다. 국민이 선출한 이들이다.

그들의 임무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는 국민이 아니라 당리당략만 보고 있다.

다음 선거, 다음 정권을 겨냥한 계산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늘 말한다.

"국민들이 보고 있어요!, 우리는 국민의 대표입니다!,

이것이 국민의 뜻이예요!"

국민들은 이런 그들의 말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물론 정치에 갈등은 필수적이다.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치고, 토론하고,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 민주주의다.

하지만 지금의 국회는 토론이 아니라 싸움만 하고 있다.

타협은 없고 대립만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우리는 얼마 전 대통령 탄핵을 겪었다.

그런데 이제 또 탄핵을 봐야 하는가?

트럼프의 관세 인상 위협은 하나의 경고음이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다.

국회는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싸움은 그만하고, 민생을 돌봐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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