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밤
사막의 밤, 맹수도 그녀를 깨울 수 없었다.
잠들어 있는 강함
사막은 잠들지 않는다.
모래는 밤의 숨결에 따라 춤추고,
별빛은 그 위를 조용히 흐른다.
그러나 그 거대한 적막 속에
한 여인은 깊이 잠들어 있다.
앙리 루소(1844-1910)의 ‘잠자는 집시 여인’은 조용하다.
그림 속 여인은 초라한 옷을 걸친 채,
허허로운 사막 바닥 위에서 잠들어 있다.
그 옆에는 커다란 사자 한 마리,
코를 들이밀 듯 그녀를 바라보지만,
그녀는 깨어나지 않는다.
무방비하다.
위태롭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다.
그림은 마치 꿈처럼 비현실적이다.
사막에 줄무늬 옷을 입은 여인이 있고,
그 옆에 사자가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다.
이 부자연스러운 조화는 오히려
우리에게 어떤 신비로운 평온을 안겨준다.
사자는 맹수이자, 위협의 상징이다.
하지만 그 사자는 어쩐지 온순하고 조용하다.
한 발자국만 더 다가가면 모든 것을 뒤흔들 수 있을 텐데,
그는 그저 머뭇거리듯, 그녀 곁에 서 있을 뿐이다.
혹시 그녀가 잠든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 앞에서 멈춰 선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평온함이 맹수마저 가만히 앉게 만든 것일까.
잠자는 여인의 표정은 말이 없다.
그러나 그 고요한 숨결 속에는
자기 확신과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그녀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속에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상태에 이르렀다.
세상은 늘 깨어 있으라 말한다.
경계하라, 대비하라, 지지 말라.
그러나 루소의 그림은
“가장 강한 순간은 오히려 눈을 감고 있을 때”라고 말한다.
잠든 여인은 약하지 않다.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이다.
사막은 차갑고 어둡다.
그러나 그녀 곁에는 악기가 있다.
음악은 멎었지만, 소리 없는 멜로디가 여전히 흐른다.
어쩌면 그녀는 그 멜로디를 따라
꿈속에서 춤을 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깨울 수 있는 것은 사자가 아니다.
세상의 소란도, 두려움도 아니다.
그녀를 깨우는 것은 오직 그녀 자신의 의지일 뿐이다.
루소는 이 그림을 통해 말하고 있다.
“진정한 평온은,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온다.”
그리고 그 평온은 맹수조차 발을 멈추게 만든다.
사막의 밤,
세상은 멈췄고,
한 여인은 여전히 조용히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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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hms Slow Lullaby Piano+Rain Sound
https://youtu.be/q2oIF49omFo?si=Q-5k6RWA1fU_wh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