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밤
어디쯤에서 우리는 ‘지금’을 바라볼 수 있을까
어둠과 안개, 그 사이에 홀로 서 있는 한 사람.
카스 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는
저 먼바다와 끝없는 안개를 배경으로
서 있는 한 인물을 그려내고 있다.
그 사람의 모습은 작고, 멀리서 보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연에 압도당한 존재 같다.
그러나 그 방랑자는 그 안에서
무엇을 보고 있을까?
어디쯤에서 우리는 ‘지금’을 바라볼 수 있을까?
이 그림은 우리가 그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을 던진다.
우리는 안갯속에 갇힌 듯하고,
바다는 무한히 펼쳐져 있지만,
어딘가로 향할 수 있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방랑자는 멈추지 않는다.
그는 그저 서 있을 뿐이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자연 앞에서,
그는 움직이지 않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무엇인가가 요동친다.
어쩌면 이 방랑자는 지금 이 순간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끊임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내일, 내년,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모든 것이 안개처럼 흐릿하고,
바다처럼 깊고 넓어 보이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길을 찾으려 애쓴다.
‘지금’이라는 순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미래를 바라본다.
하지만 방랑자는 그 안갯속에서 멈춰 서서
자신이 처한 이 ‘지금’을 느끼고 있다.
프리드리히는 이 그림을 통해
자연을 ‘공포’가 아닌,
‘고요한 존재의 증명’으로 그려냈다.
안개는 멀리서 보일 때는 공포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 서 있는 방랑자는 그 안에서
오히려 마음의 평온을 찾고 있다.
바다는 끝없이 펼쳐져 있지만,
그가 서 있는 곳은 결국 그의 삶의
진짜 자리임을 알고 있다.
그는 그 순간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는다.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무언가를 걱정하고,
그것이 다가오는 미래라는 것에 집착하며,
현재를 놓치고 지나치기 일쑤다.
그러나 이 그림 속 방랑자는
그 무언가를 찾고자 하기보다
그 안갯속에서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언제쯤,
그처럼 현재를 온전히 느끼며,
‘지금’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의 발아래 펼쳐진 바다,
그가 마주한 안개,
그 모든 것이 그에게 속해 있다.
방랑자가 서 있는 그 지점에서
그는 세상과 하나가 되어
현재라는, 변하지 않는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그 지점에 다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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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크너: 교향곡 9번 - 카라얀
https://youtu.be/23sLcw2oIMA?si=nOV8bzT1K1V0iSm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