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마눌님

일상 속으로

by 제임스

욕실에서 나오는데 마눌님의 욕하는 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평생 이렇게 욕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텔레비전 속 트럼프 대통령이 나오자 발작 버튼이 눌러진 것이다.


“저 개나리 십장생 같은 넘”


알고 보니 요즘 한국 주식시장이 뜨겁다고 해서

평소 내가 주식하는 것을 극구 말리던 마눌님이 나 몰래 주식을 샀고,

아마도 세계 최강국 대통령이 한 일 때문에 손실을 본 모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왜 욕을 먹는지, 나는 이해가 간다.

그의 행보는 참으로 독특하다.

에너지 패권을 위해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AI패권을 위해 중국과 싸우고,

미국만을 위대하게를 외치며 다른 동맹국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히려 관세 협박과 전쟁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트럼프 타코(TACO)’이다.

TACO는 “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약자로,

직역하면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는 뜻이다.

여기서 ‘chicken out’은 ‘겁이 나서 포기하다’,

‘마지막 순간에 물러나다’, ‘실행 직전에 철회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강하게 시작하지만 결국 후퇴하는 정책 스타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세계 최강의 대통령이란 자가 SNS에서 이랬다 저랬다 왔다리 갔다리 하는 점은

고도의 정치적인 쇼인지는 몰라도 그 가벼움이 아프리카 소말리아 대통령보다 못하다.

어제는 이란의 정유시설을 공격하겠다고 겁박을 하더니,

오늘은 5일간 유예한다고 했다.

미장이나 국장은 그의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간다.

그동안 인류가 쌓은 보편적 상식적인 시스템이 무너져가는 것 같다.


트럼프, SNS 중독, 취임 132일 만에 글 2262개…하루 138개 올린 적도


이 패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정한 구조가 보인다.

첫째, 강한 발언으로 시장에 충격을 준다.

둘째, 시장이 급락하면 협상 국면으로 전환한다.

셋째, 결국 정책을 완화하면서 시장이 반등한다.


미중 무역 갈등에서 고율 관세를 발표했다가 협상 후 일부 완화한 사례,

NATO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며 동맹국을 압박했지만 실제 탈퇴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

강한 군사 옵션을 언급하며 긴장을 고조시켰지만 실제 행동은

제한적으로 마무리된 사례들이 바로 이 패턴을 잘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이런 흐름을 하나의 공식처럼 받아들인다.

강경 발언이 나오면 시장이 하락하고, 협상 기대감이 커지면 변동성이 확대되며,

정책 완화 단계에서 시장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 패턴을 이해한 투자자들은 오히려 ‘TACO 트레이드’라는 전략을 만들기도 했다.

시장이 공포로 급락할 때 매수하고, 정책이 완화되는 국면에서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즉, 정치 리스크를 기회로 해석하는 것이다.



물론 이 전략에도 한계는 있다.

실제 전쟁으로 확대되거나, 에너지 공급에 충격이 발생하거나,

금융 시스템 자체에 위기가 닥친다면 정책 완화만으로 시장이 회복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발언과 실제 정책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결국 실행된 정책과 실질적 결과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는 문득 마눌님의 분노가 이해되었다.

그녀의 욕설은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논란적이고 모순된 행동을 일삼다 보니,

그 영향이 지구 반대편 한국의 주식시장에까지 미치는 것이고,

울 마눌님 계좌에까지 심각한 마이너스 손실을 만든 것이다.


마눌님이 사신 주식이 아마 방위산업 관련주였는지, 전쟁 관련주였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종목이었는지 모르지만,

트럼프의 한 마디, 한 행동이 세계 경제를 출렁이는 이 시대에

주식으로 돈 벌겠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도박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세계 대통령이란 자가 이리도 가벼워서야 되나 싶다.

모든 역사에는 흥망성쇠가 있듯이,

이제 미국도 끝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옛날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에게 군함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알래스카 가스관을 놔달라고 하고,

동맹국을 상대로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이 나라가 여전히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한때는 자유 세계의 지도자로서 우아함과 무게감을 겸비한 대통령들이 있었다.

지금의 모습은 그와 너무나 멀다.


그는 이민자들을 때려잡고, 이란과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며,

타코라는 약자로 상징되는 ‘강하게 시작해 후퇴하는’ 패턴을 반복한다.

행동과 말이 따로 논다.

게다가 그 패턴은 이제 하나의 공식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


마눌님의 욕설 속에 담긴 분노는 단순한 주식 손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이 무책임함과 이중성에 분노해야 한다는 마음,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더 나아가 한때는 존경의 대상이었던 미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이

이렇게 추락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개나리 십장생.”


어쩌면 그 말속에도 ‘Trump Always Chickens Out’처럼

트럼프를 꿰뚫어 보는 어떤 해학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이만 내 주식 계좌를 확인하러 가 보련다.

마눌님 몰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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