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콘텐츠 IP?

IP 비즈니스로 대전환, K-콘텐츠의 넥스트 스텝

by 대기만손
최근 한 의원실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하고 있는 IP 사업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너무 막연해서 정확히 어떤 것이 궁금한지 물었더니 그저 웹툰, 드라마 등 IP에 대한 전반적인 사업 내용에 궁금하다고 했다.


위 사례는 IP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을 보여준다.

몇 년 전부터 'IP'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콘텐츠산업계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너도 나도 콘텐츠산업에 대해 논할 때 IP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원천 콘텐츠를 말하는 건지... 저작권을 말하고 싶은 건지... 등등 정작 어떤 의미로 말하는지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IP라는 개념이 넓고 모호하다 보니 여기에 대해 사람마다 서로 다른 개념을 떠올리며 얘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3년 혁신IP전략TF에 합류했을 때 이런 미스매치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콘텐츠산업에서 IP는 어떤 개념인지, 어떻게 바라보아야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될 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뒤로 우연치 않게 관련된 부서에 계속 머무르며 그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이 글은 이 때부터 시작해 작년부터는 콘텐츠IP전략팀을 맡아 운영하며 정책부서와 같이 '콘텐츠IP산업 진흥 계획'을 수립하고, 지금까지 팀에서 다양한 관련 사업들을 실행하며 경험해온 것들은 정리한 것이다. 뭐가 되었든 이러한 고민과 실행의 결과를 대외적으로 기록해 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 품고 있을게 아니라 '아고라'에 올리면 업계분들 중 그 누구라도 보시는 분이 있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피드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기록은 2023년 TF 구성원들과 2024년 '콘텐츠IP산업 진흥 계획'을 함께 수립한 분들의 노고도 녹아있는 것임을 미리 밝힌다.




우리나라 콘텐츠산업계에서 IP라는 단어가 업계에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대 중반 즈음으로 개인적으로 추측한다. 그전에는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원작 소설이 영화로 제작되어 큰 성공을 거두면서 'OSMU(One Source Multi Use)'라는 개념을 통해 IP라는 것이 어렴풋하게 인식되기 시작했고, 2010년대 중반부터는 <미생> 같은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고 성공하는 사례가 나오며 'IP'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누군가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OSMU와 IP는 뭐가 다른 것인가? 솔직히 여기에 대해 정확하게 답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버즈워드(buzzword)'라는 말이 있듯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똑같은 현상도 다른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이성민, 2023). 그래서 내 나름대로는 콘텐츠를 '자산'의 측면으로 접근하느냐 마느냐의 차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OSMU는 단순히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한다는 의미이지만, IP는 이것이 원 저작자나 그 권리를 소유한 자의 자산으로 인식되고 그 활용 여부에 따른 수익이 쟁점이기 때문이다.


사실 조삼모사 같은 말이긴 하지만 우리의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에는 콘텐츠 그 자체가 성공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히 콘텐츠가 흥행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자산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IP(지식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라는 개념이 두드러졌다고 본다. 콘텐츠가 자산으로서 중요해졌다는 것은 다매체 시대가 되며 산업의 무게 중심이 창구인 미디어가 아니라, 그것을 채워주는 콘텐츠로 옮겨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워낙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기에 개인적 의견은 이 정도로 하고...

뭐가 되었던 이러저러한 연유로 어느 순간 'IP'가 콘텐츠산업계에서 자주 통용되었는데, 여기에 따른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바로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의미로 IP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챕터에서는 IP, 정확히는 콘텐츠업계에서 쓰는 '콘텐츠 IP'의 개념에 대해 짚어 보겠다.


콘텐츠 IP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참고문헌을 찾아봤을 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성민과 이윤경의 '콘텐츠 지식재산 활용산업 활성화 방안 연구(2017)'에서는 콘텐츠 IP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 확장과 부가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지식재산권 묶음(portfolio)" 이라고 했다.


IP정의1.PNG 콘텐츠 IP의 정의와 법적 근거(출처: 이성민, 이윤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7)


그리고 이후 몇 년이 흘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콘텐츠 지식재산(IP)과 가치사슬 변화 연구(2022)'를 통해 콘텐츠 IP의 개념을 "원천 콘텐츠(source contents)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 장르 및 산업간 확장·연계 및 파생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지식재산권 묶음(portfolio)"이라고 보완했다. 법적 개념을 조금 더 구체화 하고, 콘텐츠가 IP로서 기능할 때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IP정의2.PNG 콘텐츠 IP의 법적 기반 및 정의(출처: 김규찬 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2)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도 '2024 콘텐츠 IP 거래 현황조사(2025)'를 통해 기존 콘텐츠 IP의 개념을 일부 보완했다. 콘텐츠 IP를 "콘텐츠가 창작됨과 동시에 가지게 되는 법적 권리이자 지식재산권 묶음이고, 업계에서 인식하는 기타권리*도 포함됨"이라고 하며 '기타권리'라는 개념을 포함시켰다. 이는 콘텐츠 IP가 워낙 광범위하게 쓰이기에 단서를 단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IP로서 거래가 되는 휴먼 IP(아이돌, 배우, 인플루언서 등), 세계관 설정 등을 반영한 것이다. 휴먼 IP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겠지만 세계관 설정은 뭔가 싶을 수 있는데, 단적인 예로는 게임에서 많이 활용되는 던전 앤 드래곤(Dungeons&Dragons; D&D) 룰을 들 수 있다.


IP정의3.PNG 출처: 2024 콘텐츠 IP 거래 현황조사(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지금까지 콘텐츠 IP의 개념에 대해 짚어 보았다.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이 이를 개념화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는 "이게 이런 개념이다"라고 와닿기는 여전히 어렵긴 하다. 그래도 이러한 개념화의 변천에 대한 분석과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 IP에 대한 인식을 분류해보자면,

콘텐츠 IP어떤 장르 콘텐츠 그 자체, 법적 권리(저작권, 산업재산권 등), 원천 콘텐츠, 권리를 활용한 비즈니스 이렇게 4가지로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혹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있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콘텐츠 IP가 이 4가지의 분류에 맞는지 한번 생각해봐주길 바라고, 아니라면 서슴없이 알려줬으면 감사하겠다는 희망을 밝히며 마친다.



참고문헌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콘텐츠 IP 거래 현황조사', 2025

이성민, '콘텐츠IP, 산업의 변화를 포착하는 렌즈', https://brunch.co.kr/@sky153/82, 2023

김규찬 외 6인, '콘텐츠 지식재산(IP)과 가치사슬 변화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2

이성민, 이윤경, '콘텐츠 지식재산 활용산업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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