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IP산업 육성 전략, K-콘텐츠 플라이휠

IP 비즈니스로 대전환, K-콘텐츠의 넥스트 스텝

by 대기만손

기관의 콘텐츠IP 중심의 사업 전략을 수립하면서 우리가 왜 IP에 집중해야 하는 지, 앞으로 어떤 일을 정책적으로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IP 비즈니스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IP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일본이 걸어온 발자취가 이미 입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도 단편적인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IP가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업계 관계자들과 자문회의도 수차례 진행했었는데, 장르마다 정도의 차이는 존재했지만 하나의 IP로 부가가치를 극대화 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모든 콘텐츠 기업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전략을 짜면서 수많은 리서치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산업적으로 중요한 포인트와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할 일들이 정리는 되고 있었지만 뭔가 뚜렷한 전략 방향이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IP라는 단어 주변으로 정리한 내용들이 산발적으로 계속 겉돌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웃라인은 그려지지만 그 안에 세세한 라인들이 그려지지가 않았다.


여기에 대해 제대로 된 전략 방향을 잡은 것은 이듬해였다. 콘텐츠IP전략팀을 맡게 되면서 전년에 이어 기관의 콘텐츠IP 관련 사업 전략을 업데이트해야 하는 미션이 떨어졌다. 제대로 된 정책적 지원을 위해 전년도에 신사업 예산 작업을 했었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간 정리했던 수많은 자료들은 다 덮어놓고 이 고민에 대한 본질에서 다시 출발했다.


IP에 왜 주목했을까?
기존 콘텐츠산업에 대한 접근법으로는 더 큰 성장이 어려우니까?
새로운 성장동력? 연관산업으로 확장?
기존 콘텐츠산업도 리부트 할 수 있는 선순환의 촉매제?


이런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맴돌며 관련 자료를 찾아보던 어느 날,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 플라이휠 전략'을 발견했다. 옛날에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짐 콜린스 교수의 플라이휠 개념을 듣다가 제프 베조스가 즉석에서 냅킨에다 슥슥 그려내었다는 일화가 유명해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내용은 잘 몰랐었는데, 도식으로 표현된 이 전략을 들여다 보니 바로 이거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콘텐츠산업에서 IP 비즈니스가 가지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플라이휠(Flywheel)은 물체의 회전 속도를 고르게 하는 바퀴 형태의 자동자 기계 장치 중 하나이다.

"플라이휠이 처음에 움직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힘이 필요하지만, 한번 가속도를 얻으면 스스로 돌아가며 에너지를 저장하고 스스로 움직이게 된다"

경영학의 구루(GURU)* 짐 콜린스 교수가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소개한 이 개념은 기업의 성장 전략에도 적용이 된다고 했다. 즉, 기업이 처음에는 움직이기도 힘든 일들을 일관된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 돌아가는 '선순환'을 이룬다는 것이다.

* 구루(GURU): 산스크리트어로 '스승'을 의미함


짐콜린스.JPG 짐 콜린스 교수와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이 개념을 접목한 아마존의 플라이휠은 '성장'이라는 목표를 플라이휠 중심에 놓고 이를 돌리는 6가지 요소를 선정했다. 바로 다양한 상품군, 고객경험, 트래픽, 판매자, 저비용 구조, 낮은 가격이다.

다양한 상품군은 고객에게 편의성을 제공해 플랫폼으로의 유입을 유도한다. 트래픽이 증가하니 새로운 판매자들이 더 많이 몰려오게 되고, 고객에게 더 높은 편의성을 주게 된다. 이렇게 플랫폼은 성장하게 되지만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2%가 부족하다. 제프 베조스는 그 2%가 가격 경쟁력이라 판단해 대규모 투자(물류 등)를 통해 저비용 구조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가격을 낮춰 고객에게 편의성에 더해 매우 큰 효용을 선사했다.

아마존의 이러한 전략의 효과성은 지금의 아마존이라는 존재가 입증을 하고 있다.


아마존플라이휠_3.JPG 제프 베조스가 냅킨에 그린 '아마존 플라이휠 전략' (출처: Amazon)


아마존 플라이휠을 콘텐츠산업에 대응시켜 보니 전략에 대한 윤곽이 나오는 느낌이었다. 특히 기존에 콘진원 각 장르나 기능 부서에서 하던 업무와는 어떻게 차별성을 둘 것인가?가 제일 큰 고민이었는데 그것도 플라이휠 전략 하에 설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존 플라이휠에 대응해 내가 구성한 'K-콘텐츠 플라이휠'은 아래 그림과 같다. 다양한 우수 콘텐츠, 고객경험, 흥행, 다양한 제작·유통사, 콘텐츠IP산업 기반 구축, 콘텐츠IP 거래 활성화, 이렇게 6가지 요소로 구성했다.

현재 K-콘텐츠는 글로벌 흥행작이 계속 나오며 팬덤이 확장되고 있고,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수많은 관련 기업들이 시장에 들어와 새로운 흥행작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성장의 정체가 오기 시작한 지금 더 큰 성장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한데 아마존의 선택은 가격 경쟁력이었다면,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선택은 'IP 비즈니스 경쟁력'이라고 설정했다.


K콘텐츠플라이휠.JPG 출처: 손태영, '콘텐츠IP를 통한 콘텐츠-연관산업 동반성장 지원전략', 한국콘텐츠진흥원


K-콘텐츠 플라이휠을 그려보니 이처럼 전략적 방향이 명확해졌다.

IP 관련 전략을 세우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인프라적 측면이었다. 아직 국내 사업자들은 IP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노하우, 정보, 네트워크가 전반적으로 부족했다. 어떤 장르는 IP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저작권 확보 이슈도 있었다.

인프라를 잘 구축하더라도 결국 실제 비즈니스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다. B2B는 원래 콘진원이 하는 업무이지만 IP 관련해서는 지원영역을 상품·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관산업까지 확대하고, 공급 중심의 제작지원 보다 라이선싱 분야 B2B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기존 부서와의 업무가 차별화될 수 있을 것 같았다.

IP 비즈니스에서 팬덤은 매우 중요하다. IP가 오래도록 팬들에게 사랑받고 소구되려면 B2C에 대한 유효한 전략이 필요하다. 콘진원은 '콘텐츠산업을 진흥'하는 기관이라 그간 B2B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IP 관점에서 B2C로도 이제는 눈을 돌려야 하는 타이밍이며 여기에 대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4년에는 K-콘텐츠 플라이휠 전략을 바탕으로 기관의 콘텐츠IP 중심의 전략을 더욱 구체화 시켰고 올해 2월 '2025 콘텐츠IP산업 진흥 계획'이라는 전략 보고서를 완성하며 마무리하였다(대외비). 정책연구센터와도 협업해 별도 TF까지 구성해 추진해온 어렵고 긴 여정이었다. 기존 콘진원이 하던 사업에 대한 개선, 신규사업 제안 등이 'K-콘텐츠 플라이휠' 이라는 전략 방향성 안에 녹아 들어있고, 관련 사업들은 이 방향대로 실행되고 있다.

모쪼록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미약하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문헌

피플앤인사이트, '아마존 성장의 비밀, 플라이휠', 2021

https://www.pninsight.com/post/%EC%95%84%EB%A7%88%EC%A1%B4-%EC%84%B1%EC%9E%A5%EC%9D%98-%EB%B9%84%EB%B0%80-%ED%94%8C%EB%9D%BC%EC%9D%B4%ED%9C%A0

손태영, '콘텐츠IP를 통한 콘텐츠-연관산업 동반성장 지원전략',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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