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ㅣK콘텐츠의 넥스트 스탭
팀 업무 중에 'IP 라이선싱 빌드업'이라는 사업이 있다.
중소콘텐츠 기업의 IP(이하 중소 IP)가 유통·제조 대기업과 협업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좋은 취지의 사업이다.
2024년 콘텐츠IP전략팀에 와서 처음 이 사업을 들여다 봤을 때는 내용이나 구조가 언뜻 바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IP 라이선싱 빌드업]
사업목적: 타 산업군 대기업 등과 중소콘텐츠기업 매칭을 통한 콜라보 콘텐츠 IP 제작역량 및 협업 사업 역량 강화 지원
사업의 목적을 보면 대충 다른 산업군 대기업과 중소콘텐츠 기업이 뭔가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뭘 한다는 건지는 와닿지 않았다. 내가 이해를 잘 못하자 담당자가 작년도 결과물이라며 영상을 하나 보여줬는데 이걸 보고 나니 더 혼돈이 왔다. 어떤 대기업의 캐릭터와 나는 잘 모르는 캐릭터가 함께 나오는 짧은 애니메이션이었다.
"이런 걸 왜 하는거지?"
지나고 보니 당시 내가 이해가 안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라이선싱'의 부재였다.
사업 이름이 'IP 라이선싱 빌드업'인데, 정작 당시 사업 결과물에는 '라이선싱'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의미냐면, 중소IP는 대기업과 '라이선싱'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외주 형태로 진행하게 되어 사업적 실익이 없었고, 대기업은 중소IP를 그저 ESG 차원에서만 활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결과물이 대기업이 가진 캐릭터와 중소IP가 같이 나오는 홍보성 영상이었다.
그런데 과거 히스토리를 취재해보니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업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존재하는데, 동반성장 컨셉으로 시작해 대기업과의 협업을 이끌어내야 하는 사업이다 보니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대기업과 중소IP가 어떤 형태로든 협업을 한다는 것 그 자체로 의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그동안은 중소IP는 대기업과 협업 했다는 레퍼런스, 대기업은 ESG 실적 정도의 니즈로 협업이 성사되어 왔다. 하지만 시작은 그렇게 했어도 계속 이런 식으로는 사업이 지속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라는 좋은 컨셉을 가지고 있는 이 사업을 제대로 리모델링 해보고 싶었다.
마침 운 때가 맞았는지 작년에 한번 이 사업을 돌려본 담당자가 열정이 가득했고 같은 생각이었기에 의기투합해서 사업을 완전히 리모델링했다. 특히, 이 사업의 본질인 '라이선싱'을 살리기 위해 중소IP가 대기업과 실질적인 라이선싱 계약을 할 수 있게 구조를 바꿨다. 바로 러닝게런티(RG) 또는 그에 준하는 수익권리 보장이다.
본질을 지키려고 하니 사업에 참여할 대기업을 찾는게 난관이긴 했다. 그래서 대기업을 조금 더 넓게 해석해서 적극적인 관심이 있다면 중견기업도 가능하게 허들을 낮췄다. 사실 대기업과 협업하려 했던 이유는 그들의 네임밸류나 유통망을 활용하려 한 것이라, 중소IP에게 도움이 된다면 중견기업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리고 담당자가 캐릭터라이선싱페어와 콘텐츠IP마켓을 다니며 수집한 리스트를 바탕으로 정말 수십통의 콜드 메일을 뿌리며 열심히 대기업을 찾아 나섰다(캐페나 IP마켓을 보고 먼저 연락을 준 대기업도 있었다).
연락이 닿은 곳들은 찾아가서 사업을 설명하며 열심히 영업?을 뛰었다. 그 과정에서 몇몇 괜찮은 대기업은 라이선싱 계약 조건만 없다면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우리가 과감하게 잘랐다.
사실 참여하겠다는 대기업이 없으면 어떡하지 싶어서 쫄리기도 했지만 한 가지 믿는 구석도 있었다. 인지도 높은 IP는 로열티가 비싼데 중소IP는 로열티가 저렴하고, 최근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IP로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로열티는 싼데 성공 잠재력이 있는 IP'에 대한 대기업의 니즈가 분명이 있다고 판단했고, 긴가민가 하는 상황에서 정부에서 조금 도와주면 참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정도는 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열심히 발품을 판 끝에 IP 라이선싱 빌드업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대기업 4개가 모집되었고, 이들 모두 라이선싱 계약 조건 등 우리가 필수로 요구하는 참여조건을 모두 수용해 최종적으로 참여가 결정되었다.
2024년 IP 라이선싱 빌드업에 참여하게 된 대기업은 대상 주식회사, 코레일유통, GS리테일, 서울랜드 였다. F&B, 철도 모빌리티, 편의점, 테마파크 등 분야도 다양했는데, 여기에 걸맞게 이들이 기획한 협업 프로젝트도 냉동식품, 카페 리뉴얼, 편의점 상품, 테마파크 전시 등 다채로웠다.
이렇다 보니 이들이 중소IP와 만들어낼 협업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시작도 전에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괜찮은 대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하니 중소IP들의 관심도 예년보다 매우 높아졌다. 실제로 이들 기업들과의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중소IP의 숫자도 폭발적으로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4년 IP 라이선싱 빌드업 사업은 과제 별로 경쟁률에 차이는 있지만 전체 평균 경쟁률이 무려 12.8:1로 전년 2.6:1 보다 무려 5배 정도 증가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중소IP는 무엇이며 대기업과 진행한 협업 프로젝트의 결과는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이번 글은 쓰다 보니 길어져서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