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옛날 자동차

한국인의 보편적 생각으로 미국사람은 가족도 모르고 자신만을 위한 생활을 하는줄 오해를 하며 냉정하고 인정머리가 없다는 옛친구가 있었다. 수십년 전 미국에 온 사람이어서 처음에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으나 새벽에 지하철로 채소가게에 출근하고 밤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이었다.

휴일엔 빨래를 하고 먹거리를 사오고 술타령이 끊이지 않았던 영어문장 하나를 구사할 줄 모르던 사람의 허풍을 듣던 때가 있었다. 미국을 알 수 없는 위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허풍이 난무하는 교민사회 속에서는 미국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으므로,직접 교외로 다니며 이들의 삶을 직접 살펴보고 대화를 하면서 몸소 터득해야 한다. 

떠도는 구름같은 소문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시골을 다니면서 스치는 사물에 관심을 기울이면 보이는 것들이 지식과 자산으로 변하여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오늘은 수 십년 된 허름한 자동차를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이 모인 시골의 이야기가 메뉴로 올려지게 된다.


미국제 밀집모자 9달러/ 한국제 안경 120달러/ 캐나다제 T셔츠 30달러/ 멜빵 10달러/ 일본제 반바지 20달러/ 미국제 양말 1달러/ 금강구두 120달러/, 대충 살펴보면 300 달러 정도 걸치고 다니는 제임스 오빠의 모습은 보편적으로 검소한 미국인들의 모습과 다를바 없으며, 안경을 제외하면 대략 200달러 아래에 머문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젊은이의 청바지 하나의 가격과 비슷하고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짝퉁핸드백 하나의 가격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차림으로 오만군데를 쏘다니지만, 누구하나 옷차림을 트집 잡는 이 없는 곳이다.



오래묵은 자동차를 전시하는 동호인들의 모임엘 갔다. 한편엔 DJ가 50년대 부터 70년대에 유행하던 풍악소리를 연신 쏟아내고 있었다.



넓은 빈터에는 매우 오래된 자동차들이 주인과 함께 줄지어 서있다.



이곳에선 가장 젊은 자동차가 70년대의 것이고 머나먼 조선땅 이씨왕조가 기울어가던 시기에 출생한 것이 눈에 띄기도 하는 곳이다.



위에 웬 조상님 제삿상 이야기를 늘어 놓았는가 하면, 미국은 풍요가 넘쳐서 뭐든지 새것을 좋아하는 미국으로 오해하는 철딱서니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 미국인들의 헌것을 사랑하는 생활습관과 사고관념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생각과 방향이 다른 이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다.

이들은 조상님 돌아가신 이후에 제삿상을 차려서 허례허식으로 조상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생전 잘모시는 현실적인 생활방식을 갖고 있으며, 허름한 자동차도 보존하고 손질해서 조상님을 추억하는 애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싸가지 없는 인종으로 치부하며 부모형제를 모르는 사람들인양 왜곡하는 자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비현실적인 제삿상 허례허식과 비교하라는 뜻에서 서두를 쓴 것이다.



머나먼 한국 땅에는 창덕궁 뜰에 고종임금이 타던 것이 보존되어 있었으며 그 외에는 남아있지 않을 "물견"이지만, 미국의 지방에서는 잘 살펴보면 자주 볼 수 있다. 그것도 버려진 것이 아니며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말이지...



지금 굴러다니는 자동차의 조상들이지만 컨디션이 싱싱한 것들이다.



근래에 복고풍으로 새로이 만든 것이 아니라 옛모습 그대로 정비해 놓은 그런 자동차들이다. 더러는 새로운 엔진을 얹어 개조한 것도 있으나 거의 모두는 옛것을 손질해 놓았다.



옛날 한국의 1960년대에 서울시내에서 간혹 보이던 자동차로서 뒷모습이 비행기 날개처럼 만들어진 그시절 유행하던 럭셔리 자동차다.



간혹 1980년대 생산된 자동차도 눈에 띄는데 디자인이 예쁘고 독특해서 소장한 것들이다.



몇년도형인지 기억은 없으나 50년대 혹은 그 이전의 자동차 모습으로 보이는데 짐칸엔 손으로 돌리는 그시절 기중기가 달려있는 이채로운 모습이다.



이곳에 전시된 자동차 앞에 비치 의자를 놓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자동차 주인이며 고객에게 판매를 하려고 모여든 사람들이다. 자동차를 살펴볼 수 있도록 뚜껑과 문을 모두 열어 놓았으며 말만 잘하면 허락을 받고서 앉아볼 수 있기도 하다.



실제 구입하려는 사람들도 있으나 골동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눈요기삼아 둘러보는 곳이기도 하다.



옛모습은 그대로 갖췄으나 엔진의 곳곳은 성능을 개선하고 부티 나게 손질한 흔적이 보였다.



2차대전 즈음에 세상에 나온 독일의 국민자동차 '복스바겐'은 트렁크가 앞에 있으며 엔진은 뒤에 장착된 것이다. 1967년 한국에서 어느 아저씨의 복스바겐 승용차를 타고 신작로를 털털거리며 가던 제임스 오빠의 어린시절 추억이 떠오른다.



이것은 역마차 바퀴처럼 나무로 만들어진 바퀴였다.



성능이 우수한 스포츠카의 모습이다.



한편에는 추레일러를 끌고 다니는 고성능 추럭으로 만든 RV 가 보인다. 연식은 오래된 것으로 내부에는 주방시설과 침대 등이 갖춰진 것이다.



개성이 철철 넘치는 자동차...



오늘 이곳에 온 자동차 중에선 가장 젊은축에 속하는 "물견" 이었다.



그들이 가져온 자동차 뒷편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구경꾼은 차 사이로 다니며 눈요기를 한다. 카우보이모자를 쓴 여인이 들고 있는 커피컵은 중간크기이며 취향에 따라 커피를 물마시 듯 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엔 새로운 자동차를 보면 신형이라고 관심을 가졌었는데 지금은 시각에 변화가 생겨서 오래된 자동차를 보면 발길을 멈추게 된다.



미국에서 50년대~60년대 출시된 세단들은 트렁크 뒷부분이 날개처럼 만들어진 것이 많고 옛날 이승만 대통령이 타던 자동차 뒷모습도 이와 비슷한 것이었다.



이들이 타고온 자동차는 한국의 시골할머니 발음으로 "물견"에 속하는 것이지만 이들의 일상 생활습관은 언제나 오래된 것을 더욱 아끼고 보존하는 정신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장사를 치르고 해결하는 것이 부모님이 입으시던 옷가지와 신발 등 모두를 태워버리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기이한 습성이 한국인에게 있다. 지금은 변하여 부모님 소장품을 간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내가 미국을 오기 전 그때만 해도 한국의 정서는 그랬다.

낡은 것을 경멸하고 죽은사람의 것을 부정하게 생각했으며, 기억을 지우려던 것인지 세간살이를 내버리거나 태워버리고 부조금 들어온 것으로 새로운 살림살이를 장만하여 집안을 치장하는 이웃들이 많았다.

미국과 한국의 풍습에 차이는 있겠으나 말로는 상당히 인간적인 모습의 한국인이지만 실제로는 따듯한 인간미가 미국인에 비하여 많이 부족하다. 지금도 한국에서 길을 물어보면 대꾸도 없이 가버리는 사람들이 많고, 위아래를 훑어보고 복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질낮은 부류들이 많다. (구겨진 인상으로 턱을 조금 움직여 저~어기~ 하는 사람은 그나마 좀 괜찮은 사람이다)

명품이 왜 좋은 것이며 왜 사용하는지 이유도 모른면서 마구잡이로, 비싼 것/ 새 것/ 유행하는 것/ 외국"쩨"/ 등으로 중무장 하고 개성을 상실한 세대가 슬프게 보인다. 

먹고 사는데 부족함이 없으면서도 조상님 살아생전 생선한토막 제대로 해드리지 않은 것일수록 조상님이 세상을 떠나면 즉시 효자로 변장해서 행세를 하는지 제임스 오빠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안된다. 

한국인들은 조상님 숨결을 별로 남기지 않으면서도 입으로는 5'000년 역사를 줄기차게 외치지만, 수천년을 닳지 않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성터와 궁궐, 그리고 깊은 산속 절간 정도가 남아 있을 뿐 일상생활에서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낡기도 전에 버리거나 고물상에 팔아치워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옛것들도 부유한 미국사람들은 애지중지 아끼고 보살펴 보존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주절거린 허무맹랑한 소문을 듣고 미국을 평가하는 것을 삼가해야 하고, 살아생전 부모형제 우애가 돈독하고 효자 효부가 많은 미국인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여 한국인 생활문화 속 좋은 풍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 하겠다.

죽은 남편이 입던 옷을 다섯벌이나 자신의 몸에 맞게 고쳐달랬다는 어느 여인의 이야기를 L. I. 에서 옷수선점을 운영하는 친구로 부터 들은 때가 작년이다. 할머니가 결혼식 때 입었던 웨딩드레스를 딸과 손녀가 입고서 결혼식 했다는 이야기는 공상소설 이야기가 아니다.

낡은 자동차와 옷도 애지중지하는 미국인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끼게 되는지 각자 반성해 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클래식 자동차는 고쳐서 팔기도 하지만 지금도 이들의 일상생활 속 조상님 숨결도 되고 보물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최후의 날에 사용할 전략무기 저장소 아리조나 사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