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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지은 이름모를 인디언의 집

 모텔 옆 매우 조용한 주차장에서 일찍 깨어 소피아에게 떠나자고 했더니 이미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는 중이라 했다. 시진핑 구석기 왕국 백성이 버스 두 대에 타면서 와글와글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가운데 우리는 그랜드 캐년 North Rim 으로 떠났다. 그랜드 캐년의 South Rim 이 중심이지만 그곳은 이미 두번 간 곳이고 이사벨도 한번 다녀온 곳이라서 북쪽을 택했으며 북쪽 캐년은 약 2시간 거리이고 남쪽 캐년은 약 5시간 거리에 있다.





Kanab 타운을 출발하며 내비게이션을 작동하니 포장도로는 무슨 일인지 교통이 통제되고 비포장 도로를 가리키어 장장 세시간 가까이 비포장 도로를 덜컹거리며 달렸고 먼지를 휘날리며 숲속의 분위기를 즐거워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곰을 찾으려 사방을 살피며 달리는데 나오라는 곰은 보이지 않고 사슴과 칠면조 무리가 숲속을 다닐 뿐이다.






자작나무 숲에 간다기에 큰 단도를 갖고가라 했는데 한참 후 자작나무에 붙어 있는 영지버섯을 꽤 많이 채취해서 왔다. 숲속의 흰나무 white birch 가 한국말로 뭔지 몰랐는데 이번에 자작나무라 불리는 것을 알았는데 껍질이 얇아서 옛날에는 종이 대용으로 썼다는 얘기를 들려주는 소피아. 미국의 숲속에는 엄청난 흰나무가 자생하는데 자작나무의 정체가 무엇인지 지금도 감이 오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전혀 본적이 없고 미국에 와서 옛날부터 birch 나무로 배워 자작나무란 이름이 생소하다. 자작나무에 자생하는 버섯의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도 들려주는데 아는 게 꽤 많은 듯했다. 마른 영지버섯은 차로 마시는지 하여간 몸에 좋다니까 독버섯인지 아닌지 인터넷으로 찾아봐야겠다. 






세시간 걸려 북쪽 그랜드 캐년에 다다르니 숲속 곳곳에 불이 붙었고 래인저가 근처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었는데 미국은 자연발생에 의한 불은 일부러 끄지 않으며 주택이 피해를 입을 경우에 인근을 진화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자연진화를 기다리며 인명피해와 야생동물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소멸하기를 기다리는 편이다. 






북쪽 그랜드 캐년에 도착하니 여러 사람이 서성이기는 하지만 안내센터는 시즌이 지나서 문을 닫았고 이곳에 온 수고가 물거품이 되었기에 남쪽 그랜드 캐년으로 대여섯 시간을 달려가기로 했다. 







도중에 주유소 식당에서 소피아와 이사벨이 아침을 먹는 동안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며 원주민이 장신구를 만드는 책자를 살펴보았다. 이들 자매는 아침을 꼭 챙겨먹는 체질인데 비하여 나는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 습관이어서 점심을 먹으면 된다.  






여행에 원체 불평불만을 한 때가 없어서 몇시간 헛수고를 했지만 새로운 길을 가는 재미가 있으니 전혀 불만이 없었고 아리조나주 경계에 들어와 언덕길에 있는 나바호 인디언 장신구를 살펴보는 시간이다.






자수정으로 만든 목걸이 한개와 팔찌 네개를 샀는데 이런 장신구는 맨하탄에서 사면 한개에 이삼백 달러 가격이지만 인디언이 직접 판매하는 이곳에서는 목걸이는 삼사십 달러 한다. 아무도 없을 때 차를 세웠는데 얼마 후 지나던 차들이 곁에 멈추어 장신구 구입에 들어갔다. 장사는 사람이 있어야 호기심이 발동하여 다른 사람의 구매충동을 느끼는 것이라서 소피아 이사벨이 구입하고 다른 사람들도 구입하여 금새 매출이 이백달러 넘게 되었다. 






올해만 이 근처 Kanab 마을 인근을 세번 지났지만 이 길은 처음 지나는 길이었고 주변 풍경이 매우 좋은 곳이다. 오늘은 그랜드 캐년 남쪽에 도착하기 무리여서 나바호 부족과 호피 부족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계로 나뉜 Tuba 마을에 도착하여 머물기로 하였는데 작년 호피 부족 친구를 만나고 이번에 다시 튜바 마을에 가게되었다. 헤아려보니 튜바 마을에는 이번이 다섯번째 방문으로 매우 낯익은 곳이다. 







튜바 마을 가는 길에 모퉁이를 도는데 갑자기 진풍경이 보이기에 급정거 후 급커브를 하여 이곳에 튀어들어왔다. 






잠시 지세를 살펴보니 앞산에서 큰 바위가 쪼개져 굴러 떨어져 오랜 세월에 땅에 박혔고 인근에 거주하는 원주민 부족이 박힌 바위를 이용하여 지붕으로 삼고 옆으로 다듬은 돌을 쌓아서 집으로 만든 곳인데 바위가 떨어져 나올 때는 사각형이었으나 수천 수만년 세월의 풍화에 둥글게 변하고 저편 바위산도 풍화작용에 의하여 깍이고 씻기어 오늘의 모습이 된 것이다. 


즉 내곁의 바위는 첨부터 둥근 것이 굴러온 게 아니라 네모난 돌이 산에서 아래로 떨어졌는데 오랜 세월을 거치며 제자리에서 둥글게 변하고 뒷산은 풍화작용으로 깍이며 저편으로 물러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참고.

그리 멀지 않은 브라이스 캐년이 최하 수십만년에서 수천만년 세월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데 브라이스 캐년은 바위가 아닌 단단한 흙성분이 그런 모습으로 변한 것에 미루어 보면 이곳 석회암 바위는 그보다 훨씬 단단하여 더욱 오랜 세월 이곳에서 변하여 오늘의 모습이 되었다. 


이 일대에는 마블 캐년이 있으며 그랜드 캐년을 만든 콜로라도 강이 흐르고 그랜 캐년이 형성된 시기는 약 600 만년 ~ 7'000 만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우면 국립공원에 비하면 나그네 발길을 붙들기에는 약소하지만 유구한 세월의 역사를 거치며 오늘에 이르게 된 독특한 곳이다. 






이곳은 인디언 유적지 이며 이러한 것이 곳곳에 널려있는데 오늘은 어차피 그랜드 캐년에 갈 수 없으므로 이곳에서 유적지를 살피며 놀기로 했다. 







이렇게 박힌 바위를 이용해서 한편에 거주지를 마련한 원주민 지혜가 놀라웠으며 대륙의 원주민 전체 역사를 약 1만년으로 볼 때 지금의 이곳 나바호 인디언 구역은 원래 푸에블로 원주민 (아나사지) 부족의 삶의 터였으므로 약 1'300 여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콜로라도주 유타주 뉴멕시코주 아리조나주 곳곳에 폐허로 남아있는 원주민 석조건물 유적지 건축방식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곳은 너무도 특이하게 자연적 바위를 지붕삼아 벽을 쌓고 방과 부엌을 만든 특이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자매를 불러서 안을 설명해주었는데 소피아와 이사벨이 앉은 곳은 돌침대이며 엄마와 아빠가 눕던 곳이고 그 위쪽에는 아이 두세명이 비좁게 누울 수 있는 돗자리 크기의 바위침대로 이뤄졌고 그곳에 작은 창문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자매가 있어 기회가 닿지 않았으나 내년에 다시 와서 차로 앞을 막고 안에서 하루 자면서 음식도 해먹고 그에 대한 여행기록을 내년에 소개할 생각이다. 이들의 풍습으로 미루어 보면 문은 짐승의 가죽이나 댚싸리로 만들어 막은 것으로 보인다. 






소피아와 이사벨이 앉았던 작은집 실내의 모습...


어른 둘이 누울 수 있고 위편에 두세명 아이들이 누울 공간이 있는데 아래 돌침대에서 아이들이 만들어지고 위에서 아이들이 자라던 거주공간,,,,






이곳 일대는 엄청난 규모의 Mesa 와 캐년이며 침하작용이 된 전체적 연대는 인근의 자이언 캐년에 비교하여 유추해 보면 약 1'500 만년 정도로 보인다. 






아이스크림 콘처럼 생겼다고 너무 좋아하던 이사벨...

그 옆에는 나바호 부족 할머니 가족이 장신구를 팔고 있다. 






큰건물 실내 모습이며 바위가 기둥과 지붕역할을 하고 있으며 둘레에 돌을 쌓아서 이런 모습으로 만들었다. 오른편 구석은 부엌이며 아래는 불을 때어 음식을 만드는 아궁이고 위는 음식을 준비하던 모습이 확연히 남아있는데 부엌과 거실을 겸하는 곳이고 집 밖에는 나무울타리를 세워 짐승을 길렀을 것으로 추정이 되었다.   






한편은 바위로 가로막혀 사생활이 보장되는 침실이었으며 한 가족의 거주공간으로는 매우 큰 건물이었다. 






출입문의 높이는 약 160 cm 되었으며 지금이라도 수리하면 사는데 전혀 불편이 없을 집이었고 수리하여 안에 식당을 차리고 한편 침실 공간은 장신구 판매하는 가게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서 김치찌개, 불갈비, 비빔밥, 커피, 햄버거, 이런 종류 식당을 오픈하여 일단 소문이 나면 그런대로 괜찮을 곳이다. 






엄청난 크기의 메사와 계곡이 있으며 인근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모텔...






콜로라도 강을 건너는 다리이며 왼편은 1929년 건설하여 사용하다가 지금은 사람만 거닐 수 있는 보존하는 유적지가 되었으며, 오른편은 1995년 건설하여 자동차 전용 교량이며 1929년이면 일제 식민지 대한제국 시대인데 이런 황막한 사막의 계곡을 건너는 아치형 다리를 만든 이들이 놀랍다. 






옛것을 보면 서구인의 물질문명 스케일에 늘 놀라게 되는데 이들이 우월한 기술과 자금력 등으로 전쟁을 통해 사악한 짓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인류의 근대문명을 이룩한 것에는 서구인의 절대적 공로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콜로라도 강은 이곳에서 매우 느리게 흐르고...






옛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열심히 셔터를 누르기도 하고 걷기도 하는 자매들...






사막의 곳곳에는 나바호 부족의 거주지가 있다. 






Tuba 마을에 도착하여 호텔에 짐을 내렸으며 비수효기라서 방값은 110 달러이고 호텔의 길 건너는 나바호 부족의 영토이며 이 호텔은 호피 부족의 영토에 있다. 호피 인디언 친구 프린스의 말에 의하면 호피 부족 가운데 입김이 매우 센 정치꾼이 운영하는 것이다.







숙소는 호피 인디언 구역에 정하고 저녁은 나바호 인디언 식당에서 먹었으며 풍성한 저녁 식사시간이었다. 







일찍 길을 떠나 그랜드 캐년으로 향하는데 나바호 부족 주택의 높은 바위언덕에 멍멍이가 모여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소피아가 말해주기에 급히 차를 멈추었다. 






모래와 흙이 섞인 사막이며 침하작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흡사 경주 고분군처럼 보이는 사막이다.






세번 째 방문하는 그랜드 캐년 초입에 있는 나바호 부족의 장신구 판매점...








판매부스 옆에는 물이 메마른 협곡이 있다. 여행에서 각자의 핸드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어서 내게는 자매의 증명사진이 없는 것이 많다. 그랜드 캐년에 이야기는 내일 올릴 것이고 어제는 지나는 길에 폐허가 된 작은 유적지를 만난 일이 큰 기쁨이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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